▲ 최영준 다함께 운영위원 © 이창기 기자, 진보정치 백운종 기자 제공 | |
“헌법 안의 진보가 진보진영의 원칙인가?… 우파적 논리에 말려들어선 안 돼”
지난 24일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영준 ‘노동자연대 다함께’ 운영위원을 만났다. 다함께는 국정원이 내란음모 조작 사건을 터뜨리자마자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 중단하라”며 연대에 나섰다. 이후에도 국정원의 공안탄압에 맞서 가장 앞장서 투쟁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다.
최 운영위원은 “이번 사건은 진보당을 향한 공격만이 아니다. 노동자, 민중진영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최 운영위원은 이어 “진보당을 방어하지 않고 양비론적인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특히 정의당 등 진보진영 일부에서 ‘헌법 안의 진보’를 말하는 것은 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 안의 진보’가 진보진영의 원칙인가”라고 물으며 “우파적 논리에 말려들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 권종술 기자 news@goupp.org 사진= 백운종 기자 bju@goupp.org
- 내란음모 조작 사건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 이번 사건은 진보당을 향한 마녀사냥이다. 사건을 공개한 시점을 돌아보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이 최대로 치달았고, 국정조사가 파탄되면서 국민 분노가 치솟고 있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국정원 개혁 요구에 맞선 국정원의 반격이다. 꼭 진보당이 아니었어도 마녀사냥식의 기획 사건이 터졌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처지와도 맞물려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 있어 왔다.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반도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계속됐다. 세계 경제도 위기상황이다. 노동자 민중의 불만과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의 저항을 막고, 또 내부통치를 위해서도 마녀사냥식의 공안탄압이 박 정권에 필요했을 것이다.
- 다함께는 사건 초기부터 꾸준히 연대하고 있는데.
= 이번 사건은 진보당을 향한 공격만이 아니다. 노동자, 민중진영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 진보당을 노린 건 지난해 당내경선 논란 등으로 진보당을 공격하면 방어가 쉽지 않으리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복지 공약 철회, 전교조 탄압 등으로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때문에 진보당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공격은 진보당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언제든 계속될 수 있기에 사상과 정견을 떠나 함께 맞서야 한다.
- 진보당 공안탄압 대응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이들도 많다.
= 진보진영 내에 지금도 양비론 태도를 가진 분들이 있다. 물론 나 역시 진보당이 추구하는 정치와 입장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과, 방어를 하는 문제는 별개다. 사상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진보당을 방어하지 않고 양비론적인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특히 정의당 등 진보진영 일부에서 ‘헌법 안의 진보’를 말하는 것은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 안의 진보’가 진보진영의 원칙인가. 미국의 진보적 학자 하워드 진은 ‘법과 사회정의가 충돌할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정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이 노예폐지운동가들과 파업을 일으켜 온 전 세계 노동자들이 해 온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우파적 논리에 말려들어 가선 안 된다. 자유주의자들도 방어에 나서야 한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사상 표현의 자유 아닌가.
- 박근혜 정권이 전방위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 마녀사냥은 수시로 벌어질 것이다. 앞서 말했듯 여러 조건과 상황이 박 정권에 그런 선택을 하도록 할 것이다. 매카시즘이 기승을 부린 1950년대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동유럽 국가들이 생겨나고, 소련이 핵을 만드는 상황에 미국은 압박을 느꼈다. 그리고 내부 통치를 위해 매카시즘이 활용됐다. 타깃은 미국 공산당과 좌파였다. 하지만 공산당 뿐 아니라 미국의 노동조합이 약화되는 결과를 함께 낳았다. 당시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은 이 탄압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 10년 이상 탄압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진보운동은 약화됐다. 미국과 사정이 같지는 않지만 박 정부도 이런 걸 노리고 있다고 본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기용한 것엔 그런 메시지가 담겨있다. 실제로 진보당의 강령을 문제 삼아 당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저지 투쟁도 종북으로 몰고 있다. 골든브릿지 사측이 투쟁하는 노동자를 종북세력이라고 거론하기도 했다. 투쟁하고 연대하는 걸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진보진영을 분열시키고 있다. 공작정치는 계속될 거다. 그 공격이 먹히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단결해 싸워야만 한다.
- 진보당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진보당은 이번 탄압의 당사자인 만큼 공안탄압 분쇄에 앞장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진보당을 향한 마냐사냥에 진보진영은 왜 선뜻 방어에 나서지 않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성찰과 내부 평가가 있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 좀 더 진보진영의 많은 이들과 소통했으면 한다. 물론 이를 핑계로 진보당을 방어하지 않는 건 문제지만, 진보당도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보정치 6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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