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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3. <부자나라? 거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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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기진 작성일13-10-17 01:0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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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3. <부자나라? 거지나라?> 
윤기진(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부시 빌(Bush ville)

1대100이라는 퀴즈프로에 “미국의 노숙자 도시는 어디인가?”라는 문제가 나왔다. 답은 LA라고 했다. 퇴역군인 출신 노숙자가 급증한 것이 이유였다. 노숙자 도시로 꼽히는 곳은 이 외에도 많다. 샌프란시스코도 오래 전부터 노숙자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미국영화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는 노숙자의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미국 전체 노숙자 수가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100명 중 1명 꼴 이다. 각 주정부도 노숙자 떠넘기기에 정신없다. 노숙자들에게 편도 비행기 표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다른 주로 떠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오면 하와이 해변엔 노숙자들로 넘쳐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미국인들이 주택을 차압당했다. 이들이 모여 사는 텐트촌을 부시 빌이라 한다. 당시 대통령 부시 ‘덕’이라는 의미다. 미국 경제위기가 출로를 찾지 못하면서 노숙자, 홈리스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 오바마 빌이 생겨날 차례다.

빈곤한 미국인

‘굶주리는 미국인’, 2010년 8월 12일 뉴스위크 기사제목이다. 무료급식소 앞에 줄서 있는 미국인들 풍경도 노숙자만큼이나 흔하다. 충격적인 사실은 줄 선 이들이 노숙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료급식교환권을 지원 받아 식량배급을 받는 미국인이 4,000만 명에 달한다. 7명 중 1명이 식량불안 속에 살고 있다.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인들의 오랜 식습관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스팸’메일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스팸’은 미국에서 저질 식품 취급을 받아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스팸 소비량이 늘고 있다. 서민들은 더 이상 신선한 고기를 살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 LA에서 신기한 조례가 제정됐는데, 가정마다 수탉을 1마리 이상 기를 수 없다는 내용이다. 고기를 얻기 위해 닭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주택가 생활환경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원시적인 자급자족 경제시대로 돌아가는 미국의 일상이다.

빈곤은 비만을 부른다. 영화 속 미남 미녀는 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 궁핍한 서민들은 패스트푸드 정크푸드에 더 기댈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겨우 먹고살 만큼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미국인이 60%를 넘겼다.

미국에선 은행계좌 없는 성인이 약 4,000만 명이나 된다. 소액계좌는 이자가 없고 수수료도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에게는 계좌 마련이 부담이다. 계좌가 없는 이들은 월급을 수표로 받으면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그 수수료가 1~10%로 고리대금 수준이다. 은행 이용은 부자들이나 하는 미국이다.

빈곤은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유발한다. 30% 미국인들이 새해소망 첫 번째로 빚 청산을 꼽는 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미 25% 미국인들이 과다한 주택담보대출로 하우스푸어 신세에 처해 있다. 영아사망률, 문맹률, 수감률은 미국과 먼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이 분야에서 미국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미국의 셧다운 사태는 이미 밑바닥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500배 자본주의

미국의 경제양극화, 소득양극화는 심각하다. 전체자산 3분의 1을 상위 1% 자산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상위 10% 자산가들이 전체자산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양극화에서 40,000달러 국민소득은 모든 미국인의 몫이 아닐 수밖에 없다. 거지는 많고, 부자는 매우 적다.

CEO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주요한 상징이다. 전문 경영인, 소유와 경영분리의 이미지는 선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500대 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이 1000만 달러(1백억 이상)에 육박한다면? 실제로 2000년 스티브 잡스는 연봉으로 4억 달러를 ‘잡수’셨고 디즈니회장은 연봉 10억 달러(1조원 이상)을 받으셨다.

그리고 CEO들은 연봉으로 스톡옵션까지 받는다. 주식 가격 차액을 지급받는 제도인데 경우에 따라서 더 큰 천문학적 액수 연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CEO들은 불법적인 주가조작에도 사활적으로 달려든다.

CEO 와 평균근로자 임금 차이는 70년대에는 40배, 90년대는 100배, 현재는 500배에 이른다. 같은 자본주의 나라지만 일본은 11배, 한국은 10배, 영국은 22배라고 한다. 500배 자본주의, 미국에서 CEO는 신이다.

좋은 부자?

‘500배’라는 극심한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는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회피한다.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인식이 크다. 냉전이 끝난 지 오래지만 미국에는 반공주의 영향이 건재하다. 그리고 개인주의에 기초한 아메리칸 드림을 극단적으로 부추기다 보니 불평등한 반사회적 현상을 문제시하기 어렵다.

뿌리 깊은 황금만능주의도 문제다. 미국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공공연한 현실이다. 비싼 변호사를 고용한다면 재판은 이미 이긴 것으로 된다. 고액 보석금을 내는 부자들은 감옥에 들어갈 일이 전혀 없다. 그래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남용한다.

미국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좋은 부자’들이 있다. 빌 게이츠는 “시장의 힘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다.”고 한다. 빌 게이츠와 조지 소로스는 ‘기부천사’, 워렌 버핏은 부자들의 세금인상을 주장해 ‘좋은 부자’로 불린다.

이들의 일부 ‘선행’은 노동의 대가를 극소수가 독식하고 있는 ‘500배 자본주의’의 착취관계를 미화하고 모순을 은폐한다. ‘선행’ 보다는 ‘교활’이 정확하다. 철학자 슬라브예 지젝은 “소로스 같은 인물들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시장폭리자 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훨씬 위험하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진로소주 먹튀자본으로 익숙한 국제투기자본 골드만삭스 대주주다. ‘좋은’ 부자는 없다. ‘좋은 척’하는 부자가 있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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