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당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를 만나 독도의 일본 땅 표기를 두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외교문서가 발견돼 파문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의 소위 ‘독도 발언’은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는 시종일관 발언 사실을 부인했고, 법원조차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독도관 및 대일 역사관 뿐 아니라 도덕성(거짓말)에 대한 논쟁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경향신문이 19일 입수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을 보면, 강영훈 주일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은 교과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 전문은 강 서기관의 발언 다음날인 2008년 7월17일 작성된 것으로,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문서에 포함돼있다고 경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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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4월 7알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을 보도한 요미우리신문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 참석한 국민소송단.
이치열 기자 truth710@ | ||
당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한국 정부는 즉각 부인했으나 그 이튿날 정작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확인을 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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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월20일자 2면 | ||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7월9일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로부터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를 일본땅이라고 명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같은 달 15일 보도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월 백아무개씨 등 1886명의 국민소송단이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면서 이 대통령이 ‘기다려달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2008년 한·일 정상회담 직후 외교전문을 인용해 주한 일본대사관의 정치참사관이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보다 ‘두꺼운 피부’를 가져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소한 트러블(한·일 간 마찰)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참사관은 이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와 영토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하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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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