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칼럼]나는 묻는다, 남한이 북한보다 자유로운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민중의 소리 작성일13-09-21 01:00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이동현 칼럼]나는 묻는다, 남한이 북한보다 자유로운가
이동현 청년칼럼니스트 입력 2013-09-19 13:18:15
장면 1.
한 여중생이 경찰로부터 안보유공 표창과 문화상품권 10만원을 받고 있다. 투철한 안보정신이 돋보였다는 이유이다. 중학생이 무슨 대단한 일을 했길래 경찰서에서 표창까지 받게 된 걸까?장면 1.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이 학생,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두 청년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한 청년이 다른 한 청년에게 “동무, 얼른 자결하라우”라고 이야기했다. 이 학생은 다음날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담임교사는 무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신고를 권유하였고 이 학생은 경찰에 간첩 의심 신고를 했다.
두 청년이 했다는 “동무 얼른 자결하라우”라는 대사는 신고 당시 개봉 중이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나왔던 대사이다. 표창을 한 울산동부경찰서는 두 청년이 간첩일 가능성은 낮지만 바람직한 신고정신이 돋보였다며 시상한 이유를 밝혔다.
장면 2.
서울의 한 대학에서 <자본주의 바로알기>라는 강연을 하던 강사, 학교로부터 본인 강연에 대해 국정원에 신고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 황당한 소식보다 더 황당한 건, 신고자가 해당 학교 1학년생이라는 것. 이 학생은 강사의 강연 내용이 반미, 반자본주의적이며 과거 민주노동당 간부를 했다는 사실에 신고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강사가 낸 책들은 전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합법적으로 서점에 깔려 있는 책들이었다.
장면 3.
천안함 사고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를 개봉한 멀티플렉스 극장은 개봉 하루 만에 영화를 내렸다.
극장 측은 극장을 테러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어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극장을 테러하겠다는 단체는 실체가 전혀 밝혀지지도 않았고, 의심되던 단체의 수장은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냐”며 극장에 항의했다. 극장 측은 관객의 안전만 되풀이해 이야기하고 있다. 테러 협박을 한 사람을 신고했다거나 관객의 안전을 위해 시설보호요청을 고려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메가박스로부터 상영 중단을 통보받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이승빈 기자
솔직히 국가기관이나 국회의원 몇 명의 사고방식에는 관심 없다. 문제는 지저분한 윗물이 아랫물로 콸콸콸 흘러넘친다는 거다. 위의 여중생이나 1학년 대학생, 극장 측은 대적관이 가리키는 대로 움직였을 거다. 민주주의니 다양성이니 하는 가치와 그것이 충돌한다는 건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이 사건들은 불과 몇 개월 안에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무엇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암세포를 심고 있는가. 종북주의자인가, 종북 척결주의자인가.
나는 감히, 남한이 더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07년 식량 배급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 식량 포대에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는 점이 이채롭다.ⓒ민족21
이 사진은 월간 <민족21>이 2007년 평양에서 찍은 사진이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북측 인민의 포대자루에 쓰여 있는 글귀를 보라. 명확하게 “대한민국”이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쓰여져 있는 어떤 물건이라도 몸에 지참하고 다닐 수 있는가? 아니지 않나. 북한식 말투 썼다고 중학생이 신고를 결심하고 담임선생은 그걸 부추긴다. 북한 이탈주민도 있고, 북한말을 공중파에서도 접할 수 있으므로 북한말 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머릿속에 없다.
여기에 덧붙일 말이 있다. 얼마 전 저 사진을 가지고 위와 같은 주장을 했던 글이 극우 성향의 매체에 실렸다. 그 글의 제목은 “서울 한복판에서 ‘북한’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니” 였다. 이 글의 주장 어디에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이 쓰인 물건을 지참하자고 이야기했나?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관용이 있는 사회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저 기사 제목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자유에 대한 관용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 아닐까 싶다. 참고로 저 매체는 이석기의원이 당원들에게 인사하는 한 장면을 찍어 “혹시 북한식 경례법 아니냐”고 쓰기도 했다. 한국 우파의 수준이 저렇다. 반공주의면 뭐든 던져보고 아니면 말고식이다. 그게 애국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하긴 나라의 영웅으로 친일파 백선엽을 모시겠다는 사람들인데.

14일 북한 평양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남자 85㎏급에 출전한 우리나라 김우식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다. 북한 땅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애국가가 퍼지는 장면이 연출됐고, 북한 동포들은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표했다.ⓒYTN 캡처
이 사진은 2013년 9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역도대회에서 한국의 김우식 선수가 우승했을 때 미국 측 카메라기자가 잡은 장면이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그 앞에 앉은 북측 인민들은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아마도 타국의 국기에 대한 예를 갖추는 모양이다. 경기가 열린 곳은 정주영체육관이었고, 태극기 게양이 맞춰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2013년 7월 2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여자축구대회에서는 한반도기를 지참하지 못하게 했다. 인공기도 아니고, 하나 된 한반도를 상징하는 한반도기를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임진강 인근에서 한 남성이 우리 군에 의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대로라면 그는 휴전선을 넘어 월북하고 있었다고 한다. 월선에 명령 불응하면 사살할 수 있도록 교전규범이 되어 있다고 하니 그 잘못에 대해선 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경악할 건 이 죽음에 대한 반응이다. 인터넷상에서 일부가 “어떻게 사람을 그리 쉽게 죽이냐” “북한에서 국경 넘는다고 총 쏘면 인권유린이라면서 우리가 하면 당연한 거냐”는 반응을 보이자 “간첩은 쏴 죽여도 된다” “군 미필들이 말이 많다”는 식이다. 나름대로 진보적인 커뮤니티들에서 보여지는 반응들이다.
후속 보도에 따르면 그 사람은 올해 초 일본에서 강제 출국당해 한국으로 온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유 등은 사후 조사 중이라 하니 알 수 없지만 어떤 곡절이 있음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건 더 알고자 하지 않는다. “간첩이면 죽여도 된다” “군 미필들이 말이 많다”는 식의 반응은 사람의 곡절보다 선을 지키는 게 먼저라고 말하는 셈이다. 글쎄, 설령 간첩이었더라도 그 간첩 하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무너지나?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대중의 이런 생각들이 국회의원 몇몇의 을러댐보다 더 무섭다. 히틀러도 투표로 뽑힌 사람 아니던가.
의문,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나는 위에서 제기한 문제 두 가지에 대한 대답은 들어 본 일이 없다. 그저 미친 놈으로 몰렸을 뿐이다.
이 정도 의문도 못 받아주는 나라라면 나라로서 존재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명한건 저 정도 의문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합리적으로 판단받아야 민주주의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김수영 선생이 쓴 시 <김일성 만세>를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어야 하는 마당이라니 답답할 따름이다.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