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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장학퀴즈와 2013년의 영훈국제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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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람쥐 작성일13-07-14 12:3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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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장학퀴즈와 2013년의 영훈국제중학교
 
 

<40년전 최고 인기프로였던 MBC '장학퀴즈'>
장학퀴즈에 출연하고 싶었던 도련님
 
1974년 당시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던 MBC '장학퀴즈'에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를 장학퀴즈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요청을 타진해온 것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서울 중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들 박지만과 함께 장학퀴즈를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고 합니다. 그시절 청와대의 목소리는 절대권력자 박정희 대통령의 목소리나 다름없었으니 출연요구가 박정희 내외의 뜻이었음은 자명합니다.
 
당시 MBC측은 지만 씨가 대통령의 아들임을 고려해서 예비시험을 면제해주는 대신 페어플레이를 조건으로 하여 출연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것으로 부족했던지 방송에서 나올 문제 몇 개를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나친 요구에 난감해진 제작진은 재미있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씨의 자녀들을 함께 출연시켜 진검승부를 벌일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마침 3김(金)씨의 아들에게서도 모두 출연 청탁이 들어와 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나 그 소식이 전해진 뒤 청와대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멍석을 깔자고 나서니 청와대 쪽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죠. 청와대 출입기자를 통해 소식이 전해진 모양이에요. 방송이 됐다면 엄청난 히트작이 됐을 텐데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어요." (방송인 차인태. 당시 장학퀴즈 사회자)
 
지만 씨의 부모는 방송국측에 당당히 문제유출을 요구할 용기는 있었으나, 아들을 다른 정치인의 자녀들과 당당히 겨루게 할 용기는 없었나 봅니다. 비겁하고 부끄러운 부모의 모습입니다. 해프닝의 당사자였던 부모들은 이미 고인이 됐으나, 박지만 씨의 입장에선 30년 전 흑역사가 노 방송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72등이 15등으로 뒤바뀐 사연
 
그로부터 40년 뒤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불찰이 크다"며 대국민사과를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영훈국제중학교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한달간 영훈국제중을 종합감사한 결과, 학교가 2013학년도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입학전형을 진행하며 미리 합격을 내정한 학생 3명에게 주관적 채점 영역(추천서+자기개발계획서)에서 만점을 주고, 그래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주관적 채점 영역 점수를 깎아내려 이 학생들을 합격시킨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이 3명의 학생 중 한명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었습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교과성적이 45.848점(50점 만점)으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155명 중 72위에 머물러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추천서(30점)와 자기개발계획서(15점), 출석 및 봉사(5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결국 15위로 최종 합격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학교 행정실장 임 씨는 성적을 조작해 입학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학부모들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영훈국제중과 학교법인 영훈학원 사무실, 학교 관계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어제 이학교 행정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출처:삼성그룹>
그들의 '특별한' 자식사랑법
 
사회고위층의 민망한 자식사랑은 시대를 가리지 않나봅니다. 영훈중학교에 특혜입학을 요구했던 이재용 내외의 '특별한 교육법'은 40년전 장학퀴즈에 문제유출을 요구했던 박정희 내외의 그것과 꼭 닮아있습니다. 돈과 권력이라는 수단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이죠. 이들은 부모의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능력이 모자란 자식들에게 특혜를 주려 했던 부끄러운 부모상(像)입니다.
 
이것은 경제민주화논쟁의 영역도, 갑을논쟁의 영역도 아닙니다. 명백한 사회악이며, 특권층의 부조리입니다. 삼성가의 자제로 태어났다면 굳이 부정입학을 하지 않아도 여염집 자제들보다 편안한 삶을 보장받습니다. 이미 경제적으로 보장받은 우월적 지위가 충분함에도 편법와 부정을 통해 또 다른 특권을 누리려 했다는 점에서 이재용 내외의 행각은 죄질이 매우 나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96년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헐값에 인수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주주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자, 시가 8만5000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불과 7700원에 사들여 거액의 차익과 함께 삼성그룹의 경영권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자신의 아버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로부터 무려 4조 5천억원 상당의 차명주식을 상속받고도(삼성측 주장) 단 한푼의 증여세도 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이재용 부회장 본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그의 아들은 국제중학교 특혜입학이라는 '특권'을 물려받았습니다. 삼성가의 부정한 '상속'은 3대를 이어온 셈입니다.
 
이중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에게 물려준 특권은 가장 죄질이 나쁩니다. 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신분상승이 이뤄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며, 기회의 평등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러한 제도교육의 영역마저 특권층의 부정이 판을 친다면 국민들이 느낄 상실감과 박탈감은 절망에 가깝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권층의 삐뚤어진 자식사랑에 경종을 울려 부정한 교육의 대물림을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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