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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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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은성 작성일22-02-13 21:1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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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에 ‘판도라의 상자’이야기가 있어요. 올림포스의 제우스가 해로운 것들을 가득 넣은 상자를 판도라에게 ‘선물’로 주면서 열어보지 말라고 했지만,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판도라가 끝내 뚜껑을 열어 온갖 재앙이 상자 밖으로 뛰쳐나왔다는 얘기죠.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위태로운 짓을 하거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행태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고 비유하곤 합니다.

헌데 내 보기엔 일본도 지금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어 안달이 났네요.

얼마 전 도미타 코지 미국 주재 일본 대사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당국자들이 일본 영토에 중국과 북을 타격할 수 있는 지상기반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또는 미사일 독자 개발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죠.

현실적으로 보면 일본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염두에 두고 이런 논의를 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데요. 이미 전부터 미국이 오키나와 등 일본 영토에 대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바라고 일본도 그것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현재 원거리 정밀 타격수단 보유를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 안보 전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일본의 이런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시도가 주변국들의 강한 반발과 경계심을 촉발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정세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국가들은 모두 과거에 일본의 침략을 경험했던 나라들이고, 특히 주변국들은 지금도 일본과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거나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죠. 과거의 앙금을 그대로 안고 있는 나라들이 재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본의 무력 증강을, 더욱이 패권적인 ‘인도·태평양전략’을 내세우는 미국의 자극적인 중거리 미사일들이 일본 영토에 배치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용인할 수 있을까요?

요즘 한국 내에서도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일본 배치에 중국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것이 분명해 논의 과정은 물론 배치 결론이 나더라도 극심한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게 결코 지나친 예측이 아니란 겁니다.

일본이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자국 배치와 같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을 실제로 보유할 경우 전쟁을 포기하며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사실상의 개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결국 일본이 만지작거리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카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위험인자를 극대화해 지역 내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죠. 그리스신화에서는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에 ‘희망’이라도 남았다지만, 일본이 열려는 ‘판도라의 상자’에는 너무나 큰 재앙만 꽉 차있어 아무런 희망도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런즉 한반도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 중인 일본이 매우 위험한 변수가 되리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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