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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칼럼> G20보다는 남북문제를-이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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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9-10-10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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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 (본사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분단국으로는 국제사회의 주역되기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지난 달 26일, 유엔총회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특별기 안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기내에서 내년도 G20회의 한국유치를 자축하면서 만세를 삼창했다한다. 국제회의에서 성과를 올리고 귀국하는 길이니 한 잔하고 얼근한 김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귀국한 이 대통령은 그 후 거의 매일같이 여당 인사들이나 기자들과 국민에게 “이제 국제 경제 질서를 한국이 중심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게 됐다”, “세계가 우리를 우리 스스로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우리도 이에 맞게 우리의 품격을 높여야한다”, “우리는 세계 선도국가들이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주역이 됐다”, “남이 짜놓은 국제질서의 틀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우리가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됐다”는 등 호언장담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또 그의 측근들도 “우리의 국격이 높아졌으며 세계를 이끌게 됐다”면서 들떠 있다.

G20 차기회의를 유치한 일은 물론 기뻐해야 할 외교적 성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곧 한국의 국격이 올라가고 국제사회의 주역이 된다는 주장은 너무나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3박 4일짜리 정상회의 한다고 한국의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면서, 반 MB 정서를 누르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자는 속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이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됐을 때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 됐다고 기뻐했지만, 13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그리고 G20회의 주최국은 매년 바뀌는데, 이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국제경제 질서를 중심에서 주도적으로 이끄는 나라 혹은 국제사회의 주역이 되는 나라 또는 국제질서의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는 매년 다른 나라로 바뀌어야 되니, 그런 엉뚱한 소리를 어떻게 국민에게 마구 해대는지 기가 찬 노릇이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큰 소리를 치고 용을 써도 서로 다투고 있는 분단국의 한 쪽으로 남아 있는 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주역이 되어 세계를 이끌고 새 판을 짜는 나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남은 북의 핵보유가 왜 부당한지를 설득할 수 있는가?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여행 후 “북핵은 남북 당사자의 문제인데 우리의 목소리는 없었고 미국과 중국의 안을 따라가기만 했다”면서 “이제 남북문제는 물론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의 비전과 해법을 내놓고 주도해야 할 때가 왔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번 미국 방문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제안 한 것도 그 일환”이라면서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자체에 대해 북한도 거부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비핵-개방-3000”이란 비현실적 명제를 내걸고 딴전만 부리던 이 대통령이 이제 “우리의 비전과 해법을 내놓고 주도”하겠다고 나섰으니 이는 일단 긍정적 현상이다. 그런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을 “백해무익한 제안”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리고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시정책 철회가 없이 우리의 핵 포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허황된 꿈”이며 “조선반도 핵문제는 철두철미 조미사이에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정책”의 골격은 결국 한반도의 휴전체제(평화협정 체결 거부)와 한미군사동맹과 주한미군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에 신주 모시듯 매달리는 이 대통령이 북핵은 남북 당사자의 문제라며 그 해법을 주도하겠다고 했으니, 북한은 물론 미국도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문제”라고 부르지만 북한은 “조선반도의 핵문제”라 부른다. 한국은 과거에 일관되게 남한 내의 미국핵무기 철거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을 가당치도 않다고 배격했다. 또 스스로 핵개발을 추진하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와서 한국이 북한 핵을 무조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다. 한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설득력 있게 반대하려면, 미국이나 한국이 남한에서 정당하게 보유 또는 보유하고자 했던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하면 왜 부당한 일이 되는지를, 북한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으면 북한은 아마도 북에 대한 미국의 “완전하고도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을 포함한 상당한 대가없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특별기 속에서 만세삼창 할 때 이산가족들의 울음바다를 상상해 보았는가?

한편, 이번 추석에도 한국에서는 가족과 친척을 찾아가는 “민족 대이동”으로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비행장, 정거장, 고속 터미널이 몰려드는 인파로 대 혼잡을 이뤘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명절이 되어 흩어졌던 피붙이들이 한데모여 끈끈한 정을 나누는 것은 우리 민족의 미풍이며 양속이다.

그런데 만약 무슨 변란으로 대한민국을 동서로 가르는 분단선이 생겨 나라가 갈라지고 그 양쪽으로 흩어진 부부나 부모자식이나 형제자매나 친척 상호간에 평소에는 물론 명절이 돼도 서로 만날 수도 없고 소식을 주고받을 수도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그야말로 죽을 맛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60년이 넘었는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대로 살고 있다면 남들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오죽 못났으면 그러겠는가고 속으로 비웃을 것이다. 또한 그런 상태에서 물질생활이 향상되고 외부에서 좀 추켜 준다고 우리의 지도자가 이제는 선진국으로서 세계를 이끌어야겠다고 한다면 모두가 포복절도할 것이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 차원에서는 가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한반도 차원에서는 바로 우리 민족이 처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대통령 일행이 특별기내에서 신이 나서 만세를 삼창하고 있을 무렵, 금강산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분단 60년 만의 만남이니 기쁘기야 했겠지만, 이제는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단 한번이자 마지막의 만남이었기에 그것은 또한 비통의 만남이기도 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살붙이를 만난 숫자는 남북 간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851명에 불과했다. 1988년 이후 남한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숫자는 12만 7,000여명이라 한다. 그동안 17회의 상봉행사가 있었는데, 넉넉히 잡아 한 번에 약 500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쳐도 그간 북의 가족을 만난 숫자는 불과 8,500명을 넘지 못한다. 그러니 근 12만 명은 20년 동안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북의 가족을 못 만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신청자 중 3분의 1은 그동안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나머지도 고령으로 매달 4-5천명이 세상을 떠나는 실정이라 한다. 지난 28일에는 그간 20년 동안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 심사에서 탈락되어 이산가족 상봉단에 끼지 못한 것을 몹시 비관하고 슬퍼했던 이 모 씨(75)가 수원역 인근 선로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를 그런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정부이지 누구겠는가?

특별기 속에서 만세삼창 할 때 이 대통령은 그 시각 금강산 일대가 비통한 이산가족들의 울음바다가 된 줄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10월 2일 추석날 대국민 라디오 방송에서 “가족의 끈끈한 정과 고향의 따뜻한 정은 우리 마음을 언제나 푸근하게 하는 삶의 활력소”라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그는 그날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못가는 사람들을 위로한다며 그 중에 “북녘에 고향을 둔 분들”을 포함시키는데 그쳤지, 대통령으로서 그들의 문제를 꼭 해결해 줘야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혈육끼리 서로 찾아가 만나는 자유와 권리, 그것은 헌법에 규정할 필요도 없이 모든 인간이 출생과 더불어 당연히 향유하는, 그야말로 ‘천부불가양(天賦不可讓)의 권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강점 하에서도 피붙이들끼리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해방됐다는 조국 땅에서 우리는 그 자유를 빼앗겼다. 만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초고성능 통신시대에 안부소식조차 주고받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서 그런 자유를 빼앗은 것은 남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세웠다는 남북의 두 분단정부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이산가족의 남북 간 통신과 왕래의 길을 트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 해도 남한의 이산가족만이라도 북의 혈육과 무슨 수로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또 어디서든지 수단껏 가서 만날 수 있도록 모든 제약을 풀어주고 나가서는 도와주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통일 하느니 미국의 그늘에서 잘 살길 바라는가?

1945년 해방될 때 미국과 소련의 흥정으로 한반도가 분단되고 3년 후 남북에 들어 선 두 적대적 정부 간에 1950년 내전이 벌어졌는데, 이때 남한을 도와 북한을 치기 위해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이 아직도 안 나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은 여전히 전쟁관계에 있으며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매달리고 있는 남한은 북한과 화해를 이룰 처지가 못 된다. 이것이 한반도 분단체제의 실체이다.

분단체제에 묶여있는 남북한에는 각기 그로 인한 구조적문제와 태생적 모순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일당독재체제로 내부분열을 방지하고 있지만 경직성으로 인한 경제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비해 남한은 자율성과 역동성을 발휘해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나 만성적인 대미 예속관계에서 파생되는 여러 모순 때문에 국론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해결책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길 밖에 없다. 그런데 남한에는 분단시기에 재미 본 사람들 중에 어렵게 통일하려고 애쓰느니 차라리 이대로 미국의 그늘에서 잘 살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아마 이 대통령도 그 부류에 속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분단된 상태에서도 우리가 이제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됐다고 강변하면서 국민을 현혹시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미국의 골드만삭스 회사는 한국이 통일되면 30-40년 내에 미국을 제외한 일본 독일 등 G7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GDP를 갖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런 보고서가 없더라도 통일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대통령처럼 억지를 쓰지 않더라도 남들이 우리를 본뜨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은 싫어도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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