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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사설] 쌀 시장 전면개방은 국가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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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7-19 01:3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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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 시장 전면개방은 국가적 재난이다

민중의소리

 

18일 오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이후 올해 말까지 20년간 두 차례 이어진 관세화 유예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FTA나 TPP 등 모든 통상협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쌀을 초민감품목군에 넣는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는 수입쌀에 대한 관세를 400% 안팎으로 정해 국내 쌀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쌀 관세율은 한국 정부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관세화 하더라도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을 통해 의무수입량이 2배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알리지 않았다. '쌀 관세화' 기조에 불리한 사실들을 숨긴 것이다. 의무수입량 현행 유지 방안 등 다양한 협상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관세화'부터 기습선언한 것이다. 관세에 관한 WTO, TPP, FTA의 최근 흐름이 무관세 전환임을 감안하면 올 10월부터 예정되어 있는 쌀 수출 상대국과의 협상 개시 전에 지레 백기를 든 것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쌀 수출국과 재협상을 통해 타결한 2014년 제2차 10개년 관세화 유예기한이 끝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UR 협정문에 없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개방해야 한다, 어쩐다'라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아무런 규정도, 근거도, 선례도 없기 때문이다. 오직 앞으로 진행될 DDA협상(제2의 UR)의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서는 협상 타결 때까지의 경과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상 유지 상태의 유예화냐, 또는 관세화에 의한 전면 개방이냐에 대한 결정은 오로지 쌀 수출 관련국간 협상결과에 달려 있다. 장차 TPP(태평양 동반자 협정)와 DDA(도하개발협정)의 타결을 앞둔 시점에서, 지금 쌀 시장 전면개방 방침은 실로 무책임하고 무모한 일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필리핀은 이미 연간 100여만 톤에 달하는 쌀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부분 개방(MMA) 수량을 추가하되, 35%(우리는 5%)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그래서 필리핀은 추가적으로 의무 수입량을 확대하거나, 또는 면제(Waiver)조항을 원용할 수 있는 협상의 신축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 일본의 경우에도 1993년에 타결된 UR농업협정문에 따라서 외국 쌀 수입시 국내외 가격 차이만큼의 고율관세(500~800%)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관세화 개방이 가능했다. 관세화를 선택한 일본도, 관세화 유예를 선택한 필리핀도 사전에 농민단체, 국회 등과 충분한 논의를 하면서 국제 협상력을 높였고, 자국 농민들의 이익이 보장되는 협상조건을 위해 국내 여론과 국회를 적절히 활용했다.

 

협상은 언제 다시 해도 늦지 않다. 결렬 또는 중단도 협상 과정의 한 전략이다. 쌍방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한, 벌칙이 수반되는 일방적인 기한이란 있을 수 없다. 타결 기한이 지났다고 WTO에서 쫓겨나거나 쫓아낼 법률적 근거도 없다. 모든 협상의 선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일전에 내한한 WTO 사무총장도 모든 것이 관련국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대한민국 농림부와 통상 당국은 당사국인 미국·중국·태국 등과 DDA 협상 타결 때까지 '현상유지 관세화 유예안'과 관련한 협상을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고율 관세화에 의한 전면개방' 방침을 선포했다. 대외협상은 하지 않고 국내 언론몰이와 몇몇 농민단체나 소비자단체간 반목 조성에만 여념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쌀 관세율을 변경할 경우 농민들과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 요구도 거부하고, 국내 실정법인 양곡관리법도 개정하지 않은 채 먼저 관세화에 의한 쌀 시장 전면 개방부터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 스스로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마치 기습 군사작전을 펼치듯이 쌀 전면 개방을 국민들 앞에 선포했다. 정부가 쌀 대외협상은 포기하고 농민들과의 싸움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노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도 밝혔듯이 쌀 시장 개방은 식량안보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일개 주무부처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사안이 아니다. 국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무 장관을 경질하고 해당 협상라인을 전원 교체할 각오를 하는 배수진을 쳐서라도 ‘식량주권 포기선언’이자 '협상포기 굴욕선언'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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