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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사설]누가 대한민국을 망가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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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4-22 14:0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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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누가 대한민국을 망가뜨렸나

[사설] 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일터에서 노동하는 사람들, 공부하거나 가사를 돌보는 사람들,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우리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다. 대한민국의 가슴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심리적 재난 상태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국가가 3~40년을 후퇴한 모습을 보고 있다. 우리가 이미 지나왔다고 생각한 시간이 다시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일어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우연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낡은 배를 고철값으로 사들여와 리모델링을 거쳐 상업 항로에 투입한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직업적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관청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눈을 감은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사건의 초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해경과 정부 당국의 무능이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우연이 동시에 발생했다면 그것은 국가 자체의 문제다.

우리에게 대형 사고는 여러 번 있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에서 50대 남성의 방화로 19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5년 전인 1999년엔 청소년 수련시설인 씨랜드에서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등 23명이 세상을 떠났다. 1997년엔 대한항공 B-747기가 추락했고, 1995년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그해 대구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해 101명이 사망했고, 한해 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시간을 거슬러 갈수록 우연보다는 필연이 원인이었다. 이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음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의 가슴에 구멍이 뚫린 이유다.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시스템은 무너졌다.

우선 우리 사회의 정치적 관용이 크게 축소됐다. 누구든 정부를 비판하면 그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내놓았더라도 무시된다. 21일 진도 앞바다에서 구조에 참여하려고 했던 이종인 씨는 결국 바다 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에서 그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 씨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한 종합편성채널이 징계에 회부된 것만 보아도 이런 짐작은 어렵지 않다. 좀 더 명확한 증거는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이명박 정부가 해체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손댄 일이라면 이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정치적 편협성은 국가 전체의 역량을 집결시키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다.

이 정부의 제왕적 리더십도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온 시스템을 무력화한 요인이다. 21일 청와대는 대통령이 정한 위기 시 부처별 업무분장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이런 발표를 한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수습이 한창인 지금 이런 일을 벌인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지난 일요일 새벽 진도 체육관에 모여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청와대로 가겠다고 길을 나섰다. 청와대에 가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장관이고 총리고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되는 나라는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도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참사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료도 한심하지만, 그를 하루 만에 해임하는 대통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처벌과 위협으로 공직자를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1960년대나 1970년대가 아니고, 대통령은 재난관리 업무의 최고 전문가가 아니다. 모든 것을 자신이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지도자는 독재자지 민주적인 지도자가 아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진 것은 가장 뼈아프다. 우리 헌정체제에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회 다수당의 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집권당 안에서의 반대파조차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권력을 견제할 유일한 존재라고 할 언론은 그 편향성과 일방성이 오히려 제도 정치보다 더 심하다. 정권은 공영방송은 물론이고 파시스트적 종편을 등에 업고 아무런 견제 없이 내달리고 있다. 지금 진도 현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지탄이 팽배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보면 현 집권세력은 세월호 참사를 선장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을 악마화하여 단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시스템을 망가뜨리고도 이를 재건할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는 당장 국민의 분노를 떠넘길 간편한 수단이다.

이번 참사에 대한 추호의 반성은커녕 오히려 제왕적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면 더 끔찍한 사회적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가 이 지경인 것으로도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있는데, 이 정권은 과연 얼마나 더 나라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인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04-22 15:57:57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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