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명단이 11일 발표됐다. 북한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111호 백두산선거구 대의원으로 선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2기 대의원 216호 선거구 대의원인 김정으로 추측됐으나 확인된 바 없어, 사실상 이번 13기 대의원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선출된 13기 대의원은 총 687명으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참가, 해당 선거구 대의원에게 100%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결과 약 55%인 376명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이는 지난 제10기 64%, 제11기 50%, 제12기 45%보다 다소 상승한 수치다.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 11선 최다..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 1919년생 최고령자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명단을 보면, 대체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기남 당 비서, 최영림 전 총리,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류미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 등이 재선출되는 등 고령층의 건재가 확인됐다.
김영남 위원장은 제55호 은하선거구, 김기남 당 비서는 제423호 채송선거구, 최영림 전 총리는 제37호 동대원선거구, 최태복 의장은 제62호 휴암선거구, 류미영 위원은 제670호 덕흥선거구, 양형섭 위원은 제21호 개선선거구에서 각각 선출됐다.
또한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제23호 전승선거구), 리을설 원수(제6호 축전선거구),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명예부위원장(제30호 룡흥선거구),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제678호 옥도선거구) 등도 13기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최다선자는 11선 고지에 오른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으로, 지난 1962년 제3기부터 시작해 한번도 빠짐없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로는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제4기부터 대의원을 연임하고 있다.
1925년생인 양형섭은 소련 모스크바대 정치경제학과를 나와 당 중앙당학교장과 마르크스-레닌연구소장을 맡은 이력 등이 감안되어 다선고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1930년생으로 부친인 오중성이 항일빨치산 출신이자 5촌 당숙인 오중흡의 후광으로 혁명 2세대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의원에 올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고령자는 1919년생인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으로 올해 95세이다. 황순희 관장은 김일성유격대 간호원 출신으로 '여자 항일빨치산 혈통' 대표격으로 불리며, 그의 남편 류경수는 한국전쟁 시기 서울에 처음 입성한 북한 105탱크여단 여단장으로 유명하다.
황순희는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맨 앞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왼쪽 세번째 자리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황순희에 이어 1921년생 리을설, 류미영, 1922년생 김영주가 90대 대의원 지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김격식 전 인민군 총참모장은 제49호 관문선거구, 김정각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은 제383호 개풍선거구에서 선출됐으며,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 당 군사부장은 제366호 원주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에 청소부,지배인 등 진출..'현장중심 능력위주'
이번 선거결과에서 주목되는 것은 당과 내각 등에서 알려진 주요 인물들과 달리 현장에서 능력을 쌓은 인물들이 대의원에 선출된 점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17호 새마을선거구 당선자인 조길녀는 평천구역 도시시설관리소 반장이다.
15년 동안 청소일을 담당한 조길녀 반장은 선거 당일 평양326전선공장에서 진행된 선거장에서 "앞으로 인민의 충복으로 맡은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44호 영제선거구에서 당선된 문강순은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직포공으로, "30대 초엽에 나라의 정사를 논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내세워준 인민의 기대에 직포공은 눈물로 소감을 피력했다"고 <조선신보>가 소개했다.
노동자 가정의 유복자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방직공장에 자원 진출해 15년 동안 일을 했다는 문강순은 "남이 한걸음 걸을 때 열걸음, 백걸음으로 전진하자는 각오를 안고 일해왔다"고 말했다.
제40호 삼마선 선거구에서 당선된 윤석천은 평양도시설계연구소 소장으로 11기, 12기에 이어 3선 고지에 올랐으며, 1989년 만경대소년궁전 건설 당시 총설계 담당, 1990년대 초 통일거리 건설설계 등의 공로로 1996년 공훈설계가 칭호를 받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말하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시범적으로 도입, 성과를 거둔 곳으로 알려진 '평양326전선공장' 지배인인 김석남은 제38호 률동선거구에서 당선됐다.
김석남이 소속된 '평양326전선공장'은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시범적으로 도입된 평양 5개 단위 중 하나로, 이득 중 규정에 맞게 국가에 일부를 납부하면 나머지 수익은 공장 자체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생활비가 2013년 현재 2012년보다 20~30배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져, 현장에서 능력을 쌓은 김석남 지배인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오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이번 특징은 각 기업소나 협동농장 등 현장에서 그 동안 평가받은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라며 "실적위주로 새로운 층들이 대의원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조연준.박태성.마원춘 등 김정은 시대 새인물 진출..원동연.강지영 등 대남기구 인사도 이름 올려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기존 노년층 건재와 함께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물로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의 진입이다. 또한 대남기구 인사들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박봉주 총리는 제170호 제약선거구, 곽범기 당 비서는 제375호 당산선거구, 김양건 당 비서는 제50호 승리선거구, 김평해 당 비서는 제72호 삼석선거구, 김영일 당 비서는 제42호 등메선거구, 박도춘 당 비서는 제442호 성간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제143호 옥천강선거구에 당선됐으며, 당 정치국 위원인 김영춘(제73호 도덕선거구), 리용무(제35호 탑제선거구), 강석주(제84호 오리선거구), 김원홍(제159호 해방선거구)도 각각 이름을 올렸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인 김영춘, 김원홍, 김정각, 주규창(제54호 룡궁선거구), 김경옥(제674 화석선거구), 리병철(제106호 오대산선거구), 최부일(제160 별동선거구), 김영철(제212호 북창선거구), 윤정린(제156호 금수선거구)이 당선됐다.
이와 함께,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빈도수가 높아 눈길을 끌었던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제150호 대동강선거구, 김수길 군 총정치국 부국장은 제145호 외금강선거구,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제22호 비파선거구에서 각각 당선됐다.
마원춘 당 부부장은 제188호 어파선거구, 최휘 당 제1부부장은 제 171호 수복선거구, 리영길 군 총참모장은 제149호 금천강선거구,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은 제125호 록두산선거구에서 각각 당선됐다.
특히, 장성택 처형을 앞두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난해 12월 량강도 삼지연군 현지지도에 동행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양건 당 비서,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제91호 동면선거구), 박태성 당 부부장(제59호 배산선거구), 황병서 당 부부장(제370호 정방선거구)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동행한 김병호, 홍영칠 당 부부장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에서 또 다른 눈길을 끈 것은 북한 내 대표적 대남일꾼들의 진출이다.
지난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단장이었던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제377호 동현선거구에 선출됐으며,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제378호 선죽선거구,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제307호 서애선거구에 이름을 올렸다.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회장은 제379호 운학선거구, 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은 제228호 민포선거구에서 당선됐다.
강수린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제485호 금강선거구, 장재언 '조선종교인협회' 회장은 제46호 정오선거구, 전용남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는 제541호 가진선거구에서 각각 이름을 올렸다.
김완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위원장은 제414호 금천선거구,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 회장은 제77호 봉화선거구, 최진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의장은 제397호 린산선거구에 선출됐다.
이밖에도 시.도 당 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문경덕을 제외하고, 림경만 나선시 당 위원장, 강양모 남포시 당 위원장, 박정남 강원도 당 위원장, 리상원 양강도 당 위원장, 김춘섭 당 위원장, 홍인범 평안남도 당 위원장, 리만건 평안북도 당 위원장, 태종수 함경남도 당 위원장, 박영호 황해남도 당 위원장, 박태덕 황해북도 당 위원장 등이 각각 새로 선출됐다.
오수용 함경북도 당 위원장은 지난 12기에 이어 13기에도 이름을 올렸다.
각 지역 인민위원회의 경우,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조정호 나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원도희 강원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김철 양강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김덕훈 자강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강형봉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종건 평안북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전광호 함경남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정룡 황해남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임훈 황해북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리길춘 남포시 인민위원회 위원장도 각각 새로 진출했다.
리상관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12기에 이어 재진출했다.
즉, 리을설로 대표되는 노년층이 건재한 가운데, 박봉주, 마원춘, 최휘 등 김정은 시대를 이끄는 신진 인물들이 진입해 최고인민회의 제13기는 능력을 중심으로 한 노장층이 조화를 이룬 결과로 평가된다.
'장성택 후폭풍(?)..백세봉, 문경덕, 로성실 등 퇴장, 김경희 당 비서 '확인 불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 결과 새로 등장하거나 재선출되는 등 건재를 과시한 인물이 있는 반면, 장성택 처형 이후 교체 대상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탈락했다.
특히,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는 지난 11기와 12기 대의원에는 3호였으나, 이번에는 제3호 팔골선거구에 윤영철이 당선됐다.
다만, 12기 대의원에 동명이인인 김경희가 제285호 태평선거구에 13기 대의원으로 선출돼, 김경희 당 비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경덕 당 비서는 지난 12기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사업상 관계로 소환된' 로성실 전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위원장은 지난 12기와 달리 이번에 이름이 오르지 못해, '장성택 후폭풍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김정순 신임 여맹 위원장이 제250호 피현선거구에서 선출됐다.
이번에 탈락한 대표적인 인물은 백세봉 국방위원회 위원이다. 백세봉은 제12기 대의원이었으나, 이번에 명단에서 빠져, 오는 4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해임이 유력시된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현철해, 김명국, 정명도가 12기와 달리 13기에 등장하지 않았고, 리명수, 최경성, 김락겸은 지난 12기에 이어 이번에도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현영철 전 군 총참모장은 13기에 등장하지 않았으며, 리병삼 내무군 정치국장도 12기에 이어 빠졌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인 심상진, 내각 부총리 조병주는 13기 대의원에 탈락했고, 김인식 내각 부총리는 12기에 이어 13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법제위원회의 경우는 지난해 사망한 김병률 최고재판소장을 제외하고, 성자립, 박관오가 13기에 탈락했고, 박태덕, 전경남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장병규 최고검찰소장은 이번에 처음 진출했다.
예산위원회는 홍서헌, 계영삼, 문명학이 12기에 이어 13기에도 이름을 올린 데 반면, 김명환, 조혜숙은 12기와 달리 탈락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일단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문경덕이나 일부 당 관료 중 빠진 것은 장성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창현 교수는 "내각 등은 집행과정에서 장성택의 전횡이나 관련된 문제행위와 관련있기 때문에 이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과 국가, 군대의 핵심 엘리트 대부분이 당선된 것으로 나타나 큰 '서프라이즈'는 없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당선자 명단을 분석해 보면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에서 그로 인해 해임되거나 숙청된 최고위급 인물은 문경덕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북한 지도부 내에서 '장성택 측근'이 외부에서 막연히 판단하는 것처럼 엄청나거나 많지 않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 2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