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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다른 시각에서 다룬 초고전력전기로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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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02 12:1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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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에서 다룬 초고전력전기로건설
[통일문화 만들어가며](213) 장편소설 《노을에 비낀 넋》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4/02/02 [02: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편집자주: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과 본지의 편집방향은 무관합니다. 다만 필자가 소개하는 북에 대한 정보를 통해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얼마전 인기영화 《변호인》이 어디까지 진실이냐, “부림사건”이 어떤 성격의 사건이냐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는데 노무현 당시 변호사가 “부림사건”에서 존재감이 없었다느니 노무현 정부시기 “부림사건”인물들이 정부에 가득했다느니 따위 주장을 편 전직 검사가 주도하여 영화를 만든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올 것이다. 반도의 남쪽에서 걸핏하면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한 사건에 대한 정반대되는 견해들이 팽팽히 대립한다면, 북쪽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놓고 같지 않은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문학예술작품들이 나온다. 
 
20세기말~21세기초 나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가 유명해지면서 보도들은 지배인, 책임비서, 기술자들을 두루 선전했고 예술영화 《가야 할 길》은 지배인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장편소설 《열망》(김문창 지음)은 책임비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인공들이 다름에 따라 같은 시기, 같은 사건들을 다루는 각도가 달라지고 중점이 달라졌다. 그런가 하면 총서 “불멸의 향도”중 장편소설 《라남의 열풍》(백보흠 지음)은 책임비서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지배인, 기술자들을 그렸는데 원형들보다 달리 전형적인 예술적 형상을 창조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유명한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는 몇 십년전부터 수많은 문예작품들을 낳았는바, 이후에도 많이 낳을 추세다. 북에서 새 세기에 이룩한 커다란 성과로 꼽는 초고력전기로는 2008년 9월에 준공됐는데 이듬해 10월 예술영화 《생명선》이 나왔고 필자가 12월에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3편 “자력갱생의 강철, 생명선”(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5668)에서 소개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초고전력전기로의 총설계를 맡은 노기술자 리준경(원형 노력영웅, 박사 리재경)이고 필자는 글에 이렇게 썼다. 
 
사실 초고전력전기로 같이 큰 물건을 만들고 돌리자면 여러 부서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이야깃거리가 당연히 많다. 첫 영화가 설계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제 시각 변화에 따라 다른 영화나 다른 형식의 문학예술작품들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또한 사용자들인 《1강철직장의 용해공들은 자기들의 자랑인 초고전력전기로에 자기 식으로 <초고정신력전기로>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노동신문》 2009)년 12월 21일 글 《강선은 대고조의 첫해를 이렇게 빛내이였다—년간강철생산목표를 돌파한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의 영웅적투쟁》에서)니까, 이제 생산을 다룬 작품들도 나올 듯하다.” 
 
▲ 장편소설 《노을에 비낀 넋》(김광남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13) [자료사진= 중국시민]
생산을 다룬 작품들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초고전력전기로의 설계와 제작을 다룬 “다른 형식의 문학예술작품”은 있다. 2013년 2월 문학예술출판사가 출판한 장편소설 《노을에 비낀 넋》(김광남 지음, 도합 373쪽, 사진)이다. 필자의 개인사정으로 출판에 비해 뒤늦게 소개하게 되어 《자주민보》독자분들에게 죄송스럽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업소의 지배인 김성남으로서 소설이 끝나는 2008년에 고작 45살이다. 기업소가 자리잡은 강선에서 기업소 기사의 유복자로 나서 자랐고 기업소에서 기술자, 당일꾼, 기사장을 거쳐 젊은 나이에 큰 기업소의 지배인이 된 그를 중심으로 하여 소설은 초고력전기로를 둘러싼 인간들과 일들을 영화보다 더 깊게 더 넓게 그려냈다. 영화의 주인공인 설계가는 리규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바, 전기기사 유진섭과 함께 “천리마 시대 기수”들의 대표로 나선다. 
 
강선이 천리마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데 비해 시설들은 낙후되었으니 20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설비들이 많았고 20세기 말 “고난의 행군”과 강행군을 겪으면서 생산의 질과 양이 떨어졌다. 하여 “강선의 현대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오랜 심병으로 되었는데 국제국내 정치, 경제여건 때문에 자꾸만 미뤄왔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사람이 소설에서 금속공업성 부상인 박상근이다. 젊은 시절 군에서 제대한 다음 당시 전국적으로 알려진 강선제강소에 와서 용해공, 기술자, 기사장, 지배인을 역임한 그는 김광남 및 그 일가와 인간적으로 실무적으로 많이 얽혀진 사람이다. 박상근이 고른 해법은 강철공장설비를 일식으로 들여오는 것. 이를 위하여 박상근은 김광남을 데리고 몇 해 동안 해외를 돌면서 애썼다. 그에 관한 내용은 당연히 영화보다 상세하게 나온다. 금속공업성의 사람들과 공장 사람들이 참가한, 실무대표단의 사업총화 겸 설비기술제안서에 대한 종합심의회 대목을 인용한다. 
 
협의회참가자들이 다 모이자 김성남이 다부진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 진행된 제강소현대화를 위해 실무진의 대외활동총화를 성의 위임에 의하여 제가 간단히 하겠습니다. 
우리는 유럽의 강철공장생산업체인 A그룹이 제안한 년산 80만톤의 각종 형강을 생산할수 있는 미니미니형의 최첨단금속공장을 참관하였습니다. 이 공장은 단아크식초고전력전기로에 의한 강철생산, 남비정련로에 의한 강질의 개선, 완전무결한 련속조괴기, 최첨단압연기들로 생산공정을 완비함으로써 오늘 세계적으로 공인하고있는 강철생산에서의 4위1체계의 완성된 흐름선으로 되여있습니다. 
한차지 제강시간은 1시간미만이며 5.5미리환강생산시의 최종압연속도는 초당 120메터입니다. 
원료입하로부터 완성제품이 나와서 포장, 검사, 계량 등 모든 생산공정은 자동화 2준위체계로 되여있어 생산자들은 앉아서 감시만 하면 됩니다.》 
자동화준위 1체계는 한개생산공정이 즉 전기로 하나만이 완전자동화된것이고 2체계는 련속생산공정 즉 전기로, 련속조괴, 련속압연 등 한계렬이 완전히 자동화된것이다. 그리고 자동화준위 3체계는 온 공장이 완전히 자동화된 상태이다.
”(32쪽) 
 
이런 첨단강철공장을 들여다가 현대화를 실현하는 방안에 거의 다 만족하는데 유진섭이 그 초고전력전기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가 김성남의 비판에 가까운 반박을 받는다. 당시 조건으로서는 A그룹의 제안이 가장 합리해 보인다. 첨단설비일식을 대부금으로 들여오면 10년 기한 내에 대부금을 갚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진섭의 의견도 참작되어 대외협조국이 더 연구를 거쳐 유럽 D그룹에서 개발한 콘스틸초고전력전기로가 조선의 전력조건, 원료조전에 알맞은 전기로임을 알아낸다. 헌데 D그룹은 대부로 강철공장을 팔지는 않는다. 하여 박상근과 김성남은 A그룹과 면담하면서 전기로만은 D그룹의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치열한 논쟁 끝에 김성남의 파격적인 협상수단이 먹혀들어 그런 조건에서 계약이 맺어진다. 그런데 2002년 제2차 서해교전으로 반도의 정세가 긴장해나 계약이행에 변수가 생겨난다. 
 
세계는 우려를 가지고 그 교전이 제2조선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긴장하게 지켜보았다. 
모든 경제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조문이 있다. 
체약 쌍방중 어느 일방에서 큰 자연피해를 당하거나 전쟁으로 체약실현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그 투자액에 관계없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불가항력적인 항목이다. 
여러차례의 기술합의와 가격면담을 거치고 A그룹의 청탁으로 권위있는 과학기술상담소(대부를 받은 나라가 그 자금을 기한내에 물어줄수 있는 경제기술적토대가 있는가를 확인해보는 기구)성원들의 제강소현지료해 등 실무적으로 할바는 다 하였다. 
그런데도 A그룹은 오래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끌어오던 설비납입을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렸다. 
결국 대부로 강철공장일식을 들여오는 작전은 빛을 보지 못하고말았다.
”(53쪽) 
 
이 길이 막히니 김성남은 내각이 자금을 대주어 D그룹의 전기로라도 들여오기를 기대한다. 1960년대에 자체로 만든 전기로들은 “전기도적놈”이라는 말을 들을 지경으로 전기를 많이 쓰고 기술공정도 개신하지 못해 건설용 보통강이나 간신히 생산하는 수준이라 대포로 참새를 잡는 격이기 때문이다. 리규택이 남들이 하는 걸 왜 우리가 못하겠느냐면서 초고력전기로 설계에 달라붙으나 김성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오히려 몇 달이 지나 내각에서 자금을 대주어 전기로 1기를 사들여올 조건이 마련되니, 김성남은 리규택에게 설계중지를 요구한다. 분개한 리규택은 퇴직하여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D그룹의 베이징 주재 책임자 마르꼬가 옛날 불가리아 유학생으로서 김성남과 함께 대학을 다녔고 전기로 가격은 이미 서로 알던 터이라 김성남은 전기로구입을 쉽게 여긴다. 헌데 뜻밖에도 D그룹이 가격을 근 2배로 높이 부른다. 마르꼬와 김성남의 우정은 여기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A그룹이 강철공장납입을 일방적으로 중지시킨 것을 알고 D그룹의 회장이 값을 올렸던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사가리라는 타산에서 말이다. 협상은 결렬되고 김성남 일행은 맥없이 귀국한다. 
 
두 그룹의 처사 뒤에는 미국의 작간이 있었음은 뒤늦게 밝혀진다. 미국의 처사에 분개하는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나 궁리한 해결책은 다르다. 워낙 A그룹과의 계약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던 박상근은 어떻게 해서라도 인입을 성공시키려고 미국의 압력이 통하지 않는 나라의 기업들과 협상을 벌인다. 
 
밤색책상과 엇갈려 가로놓인 보조책상앞의 장쏘파에 몸을 맡긴 부상 박상근은 이번에 해외로 나갔던 해당부서 부국장에게서 그 정형을 듣고있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개별의자에는 기술국일군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그 나라의 야금집단유한공사는 세개의 큰 강철공장을 가지고 년간 100만톤이상의 강철을 생산하는 련합체입니다. 전기로공정은 D그룹으로부터 구입한 초고전력전기로입니다. 예비면담에서 상대측은 자금상환담보가능성이 확정되는 경우 우리 나라 전력조건에 맞는 초고전력전기로 한기를 제작하여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박상근이 그의 말머리를 잘랐다. 
《전기로형식은 어떻게 합의했소?》 
《로형식과 상업거래는 기술대표단이 강철공장들을 돌아보고나서 토의결정하자고 하였습니다.》 
《로형식을 결정하지 못했단 말이지.… 하긴 그게 급한건 아니요. 문제는 거래형식이요. 즉시지불상업거래인가 아니면 대부인가 하는것이지.》 
《제가 초보적으로 문의한데 의하면 상대측에서는 전기로를 제작하여주는 대신 자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1차원료를 우리 나라에서 해결하려는것 같습니다. 그 문제도 다음번면담에서 토의하겠습니다.》 
박상근은 수긍한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리기는 했으나 명확한 결론은 하지 않았다. 책임일군이 서뿔리 나서서 결론해치우면 아래일군들의 자립성이 약해진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박상근은 이번에 벌리는 외교작전을 어떻게 하든 기어이 성공시켜 미국것들의 비렬한 음모책동을 파탄시키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먼저 해당부서를 통해 조용히 예비접촉을 한것이다. 이때 책상우의 전화기에서 신호소리가 울렸다. 박상근은 심상한 표정으로 송수화기를 들었다.
”(238~ 239쪽) 
 
전화를 받던 박상근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에서 1호전기로를 해체했다는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상근이 해외설비인입에 힘을 기울 일 때, 김성남은 신임책임비서 류준권의 영향을 받아 자체설계와 제작을 결심하고 일을 추진시켰다. 자기가 쫓아버렸던 리규택과 유진섭을 찾아가 잘못을 빌고 다시 모셔내오는 대목들이 인상적이다. 장편소설 《노을에 비낀 넋》은 초고전력전기로의 건설이 중심사건으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여러 모로 허점들을 가진 인간들이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그려진다. 리규택을 비롯한 인물들이 생동한 세부들을 통해 개성이 장단점으로 드러나는 건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주인공 김성남도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이다. 
 
앞에서 소개한 협의회가 끝난 뒤 자기 방에 돌아온 김성남의 복잡한 생각을 살펴보자. 
 
40대 젊은 나이에 련합기업소 지배인이라는 중책을 지니다보니 사업에서 고충이 컸다. 거의 모든 일군들이 그보다 나이가 훨씬 우였고 사업년한은 물론 공적도 많았다. 그런 조건에서 일군들과 기술자들을 대할 때 나이와 사업년한을 고려해주다가는 할소리도 못하고 사업권위도 세울수 없다는것을 느꼈다. 그래서 일단 사업에 들어가면 모두 무시해버렸다. 어려서부터 굳혀진 성격적약점이 되살아났다. 아버지벌되는 사람도 동년배라고 생각하며 동무라고 불렀고 엄하게 대하였다. 자기의 지시와 요구를 잘 받아물지 않거나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아무리 인간적으로 가깝다 해도 용서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일부 나이가 많은 일군들과 기술자들속에서는 젊은 지배인이 성격이 거칠고 관료주의적인 사업작풍이 심하며 선배들을 존경할줄 모른다고, 그런 사람이 거창한 제강소의 현대화를 과연 이끌어나갈수 있겠는가 하는 뒤소리까지 들려왔다. 
김성남은 그 소리에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까지 귀기울이다가는 도대체 사업권위는 물론 일을 해나갈수 없는것이다.
”(37~ 38쪽) 
 
김성남은 또한 리규택 같은 1960년대 공장대학 졸업생들을 하찮게 여기고 밀어내는 한편 젊은 기술자들을 중용해왔는데, 자체 힘으로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자는 긴급회의회에서 크게 실망한다.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고 죄다 생각에 잠겨 눈길을 들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반수이상은 김성남이 직접 선발한 쟁쟁한 젊은 기술자들이다. 몇해전 기업소기술자들속에서 40살전후의 사람들로 시험을 쳐서 50여명을 뽑았다. 그들에게 외국어와 콤퓨터, 프로그람작성법, 현대과학기술발전추세 등 정보산업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도록 시기별로 재교육을 주어 체계적으로 키웠다. 그런데 어째서 말 한마디 없이 눈길을 떨구고 자기들의 주견조차 내놓지 못하는가.…”(91~ 92쪽) 
 
여기서 대표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30대 기술자인 박영재이다. 박상근의 아들로서 제강소에 와서 일하면서 높은 학위를 겨낭하고 공부하는 박영재는 연속조괴기현대화공사에서 기발한 착상들을 내놓은 전적을 갖고 있으나 전기로설계를 맡아나서지 못한다. 소꿉시절 친구이며 작업반장인 조인철이 그를 비판하고 간 다음에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고려가 그려진다. 
 
조인철이 우들쩍거리며 자리를 뜬 후에도 영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전에 열렸던 기술협의회장면이 얼굴 뜨겁게 안겨온다. 
새 세대 기술자들속에서 현대적전기로설계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던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박영재는 외국의 기술제안서들을 짬짬이 다시 연구분석해보았었다. 별로 신비한것이 없는것 같았다. 마음같아선 설계할수도 있을듯 싶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설계도 중요하지만 그 실현단계, 즉 시공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때 재료와 설비를 설계의 요구대로 쓰지 못한다면 건설이 끝나고 운영화는 과정에 돌발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수 있겠는가. 
그러면 건설에 투자된 막대한 자금과 로력의 랑비, 현대화의 실패 등 그뒤에 따르는 엄중한 후과는… 
설계를 잘하여 그 대상이 성공하면 시공을 책임진 일군들과 건설자들이 평가받지만 실패할 경우엔 설계가가 법적책임을 지게 되는것이다.… 하물며 첨단기술인 초고전력전기로설계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제강소의 물질적잠재력이 너무 빈약하다.… 
이런저런 타산을 앞세우다나니 선뜻 나서지 못했던것이다.
”(138~ 139쪽) 
 
결국 리규택과 유진섭 등 일흔이 오래지 않은 연로보장을 받던 사람들이 나서서 주축이 되어 초고전력전기로를 설계한다. 소설은 이로써 “천리마시대인간”들의 정신력을 노래하는데, 천리마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대변혁이 일어나던 그 시대에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많이 쌓았으나, 새 세대 기술자들은 “고난의 행군” 등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면서 기업소가 침체상태에 빠짐과 더불어 성공은 물론 좌절의 경험도 많지 못한 게 소심해진 원인의 하나로 되지 않았을까고 필자는 생각해본다. 싸움꾼이 남을 때린 승리의 기록은 고사하고 남에게 얻어맞은 패배의 교훈도 많지 못하다면 싸움판에 나설 용기가 부족하기 마련인 것과 비슷한 이치겠다. 초고전력전기로설계와 건설, 운영의 성공이 수많은 기술자들의 자신감을 키워줬다는 것이야말로 단순한 강철생산량으로 계산할 수 없는 거대한 성과이리라. 
 
소설은 설계와 건설과정을 섬세히 그려 보이면서 리규택과 유진섭의 끈기와 능력들을 과시하는 한편 그들의 부족점도 드러낸다. 리규택의 외곬생각이 김성남과 박영재 등을 머리 아프게 만든다던가, 유진섭이 계산에 필요한 시일을 너무 길게 여긴다던가 등이다. 
 
소설에서는 또한 초고전력전기로에 필수인 변압기들이 부족하여 기존 특수변압기의 능력을 2배로 끌어올려야 한다. 박상근의 모사로 활약하면서 초고전력전기로설계와 건설에 사사건건 방해해온 ㅌ설계연구소 기사장 서승민이 김성남에게 말했듯이 “변압기의 용량이란 철심과 권선에 의하여 규정됩니다. 그런데 그 용적을 확대함이 없이 그 능력을 배나 끌어올린다는것은…”(337쪽)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불가능하다. 허나 조업기일을 보장하고 더욱이 자체로 문제를 풀어내는 기풍을 확립하기 위해 개조는 필수적이다. 그 불가능한 일의 가능성을 유진섭이 찾아낸다. 60여 톤이 되는 변압기를 해체하여 개조, 조립하기 위해서는 전기적정수들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유진섭은 계산에 일주일쯤 걸리리라 짐작하는데, 김성남은 너무 길다면서 컴퓨터로 계산하자고 제의한다. 컴맹인 유진섭이 머리를 긁적거리니 김성남은 설계와 건설과정에서 사람이 달라진 박영재를 불러온다. 박영재는 노트북을 들고 기술공정실에 온다. 
 
기술공정실은 보장을 받을 나이가 지난 능력있는 오랜 기술자들이나 행정일군들중에서 기업소관리운영에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로 조직한 부서이다. 
지배인과 기사장의 직속으로 있으면서 기술문제라든가 행정실무적인 문제들이 제기되면 고문격으로 참가하여 도와주는 로병실이라고도 할수 있다. 여기에는 각 부문의 기술자, 전문가들 그리고 공로있는 행정일군들까지 망라되여있다.
”(63쪽) 
 
이 늙은이들은 모두 컴퓨터를 다뤄보지 못했던 모양이라 “진섭아바이가 불러주는대로 콤퓨터건반을 눌러 결과만 산출하면 됩니다.”(347쪽)라고 말하는 박영재의 말에 은근히 놀란다. 
 
리규택이며 로기술자들은 하던 일을 거두고 모두 콤퓨터주위에 둘러앉아 영재의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건반우를 춤추듯 오가는것을 지켜보았다. 
콤퓨터화상에는 유진섭이 부르는 수자들이 열병식대오처럼 일매지게 나타났다. 명백하고 뚜렷하게… 나타난 계산수치들을 음미해보던 유진섭은 제꺽 원주필을 들고 학습장에 또박또박 적어나갔다. 
련속 수자들과 부호를 불러주었다. 박영재는 화상을 보며 건반을 눌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근 일주일이나 예상했던 필요한 전기적정수들을 한시간도 못되는 사이에 산출해냈다. 유진섭은 잘 믿어지지 않았다. 전기로의 고임피단스조업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20여일 머리를 싸매고 정수계산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 두번, 세번 반복하면서… 
얼마나 고달프고 머리아픈노릇이였던가…
”(위와 같은 쪽) 
 
하여 수고했다고 영재를 치하하던 유진섭이 자기도 컴퓨터를 배울 수 없겠느냐고 문의하고 영재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면서 가르치기를 자청하며 리규택도 배우겠다고 나선다. 그 뒤에 노기술자들이 컴퓨터를 어렵사리 배워서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와 같은 컴맹들이 가장 중요한 기술문제들을 풀어냈다는 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까? 컴퓨터를 배워서 게임이나 하고 놀거나 해킹이나 하는 사람들이 흔해 빠진 세상이어서 더욱 놀라울지도 모른다. 

소설에서는 첫 시험생산에 들어선 초고전력전기로 1호가 “두시간도 못되여 첫 쇠물이 대차남비에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363쪽)고 묘사하여, 외국강철공장이 제시한 “한차지 제강시간은 1시간미만”보다 훨씬 뒤처진다. 필자가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3편에서 조선(북한)의 공개보도수치는 보다 구체적이다. 
 
초고전력전기로를 몇 달안으로 만들어 생산에 들어갔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실리를 놓고보면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만에 강철을 생산해내고 전력소모도 1/7로 줄었다 한다.” 
 
소설이 1호기의 실제생산주기를 거들지 않았고, 또 2호기, 3호기 등 초고전력전기로들의 건설전망을 제시했으면서도 새로운 데이터를 꼽아 발전변화를 보여주지 않은 건 좀 유감스럽다. 소설이 1호로 건설과 2008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찰, 표창까지를 다루기는 하지만, 몇 해 뒤 나온 소설로서는 주인공의 꿈을 통해서라도 초고전력전기로들의 생산주기를 1시간 내로 줄이려는 전망을 보여주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이 설계와 건설을 거쳐 천리마 인간들의 정신력과 제강소에 잠재한 능력들을 충분히 깨닫고 활용함과 대조적으로, 박상근은 자기와 함께 일했고 자기가 거느렸던 리규택, 유진섭 같은 사람들의 학력, 성격, 능력들에서 부정적인 면들을 지나치게 많이 본 탓으로 남만 쳐다보는 잘못을 저지른다. 
 
김성남의 원형은 이름이 김형남이다. 몇 해 전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지배인이 달러를 잔뜩 감췄다가 잡혀갔다는 보도가 이른바 “북한 소식통”에 의해 한국에서 퍼졌는데, 그 보도에는 지배인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사실 지배인의 이름은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이 2008년 전후의 공개보도들에 많이 나왔는데도 이름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수준의 “카더라”통신이 떠돈 게 얼마나 우스운가. 김형남이 2013년에 나온 소설의 주인공 원형으로 됐다는 것은 그 “카더라”통신의 허황성을 까밝히는 유력한 근거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의 자동화준위 기준들에 나오다시피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가 현대화를 완전히 실현하려면 할 일이 많고 대내외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현대화를 실현하더라도 탕개를 늦출 수는 없으리라. 지난 해 말에 폭로된 장성택 사건에서 죄상의 하나가 제강기업소의 생산에 해를 끼친 것이었다. 원자재를 비롯하여 복잡한 관계들이 얽힌 제강생산이라 일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의도적으로 방해를 하면 기업소 차원에서 풀지 못할 난제들이 생겨난다. 1950년대 종파분자들이 혁명과 건설을 방해하다가 실패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학예술작품들이 북에서 수두룩이 나왔는데 이제 장성택 일당을 다룬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소재작품들도 나오지 않을까? 그런 작품들이, 근거없는 장성택 관련 설들이 양산된 한국에서도 관심을 모으게 될 것으로 보인다.(2014년 2월 1일)
 

첨부자료1: 장편소설 《노을에 비낀 넋》 
 
김광남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13년 2월 출판발행, 도합 373쪽 
 
작품은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인 초고전력전기로를 기어이 자체의 힘으로 단 6개월만에 만들어낸 주인공 김성남 지배인을 비롯한 천리마시대의 체험자들인 오랜 기술자들과 로동계급의 투쟁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요인물 
 
김성남 련합기업소 지배인(원형 김형남) 
류준권 련합기업소 책임비서 
리규택 설계가(원형 리재경) 
유진섭 전기기사 
박상근 금속공업성 부상 
안신옥 지배인의 어머니 
강선희 1호전기로 조작공 
박영재 기술과 부원 
서승민 ㅌ설계연구소 기사장 
 
차례 
 
전설 
제1장 고뇌 
제2장 돌아오다 
제3장 완강성 
제4장 믿음 
제5장 천리마휘장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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