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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35]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4. 방코크에서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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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9-06 15:2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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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35]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4. 방코크에서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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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35 회)

제 7 장

4. 방코크에서의 대결

 

방코크항공역에 대사관의 참사가 나와있지 않았더라면 무라야마일행은 비행장밖으로 나오지도 못할번 하였다.

참사가 그들이 가니다니를 설득하여 사태를 바로잡고 돌아갈것이라는것을 타이외무성에 장시간 납득시켜서야 그들은 항공역출입구를 빠져나올수 있었다.

무라야마는 외무성 서기관과 두 형사와 함께 가니다니가 있는 호텔로 직행했다.

그들이 호텔안내원을 따라 승강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니 625호실이라고 번호를 붙인 방앞에 총을 든 두 전투경찰과 이마에 시퍼런 멍이 든 프리야춘과 와뚜욤형사가 서있었다.

《무라야마과장님! 오래간만입니다.》

프리야춘이 랭랭한 어조로 실무적인 인사를 하며 눈짓으로 방안을 가리켰다.

《함께 수사를 했던 우정만 없었다면 저 자식 내 손에서 단단히 경을 쳤을겁니다.》

아마 그들간에 심각한 충돌이 있었던 모양이였다.

그때 방안에서 《과장님! 제 가니다니입니다.》하는 소리가 튀여나왔다. 밖의 동정에 귀를 강구고있었던 모양이였다.

《아, 가니다니군인가? 다른 일 없는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장님, 이제 들어올 때 저 자식들 멀찌감치 비켜서게 하십시오. 한꺼번에 밀고 들어올수 있습니다.》

《알았네.》

프리야춘과 경비병들을 물러서게 하고 그들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서슬에 무라야마는 침대옆의 의자에 묶여있는 50이 훨씬 넘어보이는 장년의 사나이를 보았다.

《이자가 츄홍따이입니다.》하고 가니다니가 그를 가리켰다.

대면은 처음이지만 머리가 벗어지고 중키에 다부진 체격이 분명 기록영화화면에서 낯익혔던 츄홍따이였다.

《츄홍따이! 음, 이렇게 만나는구나.》

무라야마의 타이말을 들은 츄홍따이는 와이샤쯔바람에 손을 뒤로 묶이운 상태였지만 쓰거운듯 웃는 얼굴이였다.

《가니다니! 정말 수고많았다.》

무라야마는 단신으로 남의 나라 수도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의 두목을 검거하여 억류한 가니다니의 강마른 얼굴을 새삼스레 바라보며 그를 거듭 칭찬했다.

가니다니는 경시청적으로 소문난 행동파형사였다.

자동권총의 명사수였고 판단력이 뛰여나고 동작이 민활하여 해외에 단신으로 나가 어떤 임무든 훌륭히 수행하군 했다.

그런 능력에서 사다께와 능히 맞겨룰수 있는자였다.

거기에다 철저한 《천황》숭배자였고 아시아를 다 먹었던 일본의 대동아꿈을 다시 이뤄야 한다는것을 이야기때마다 주장하는 지독한 국수주의자였다.

그래서 무라야마가 그를 웅카라의 협조자로 단신으로 떨궈놨던것이다.

《과장님! 이 사진을 좀 보십시오.》

가니다니가 기다렸던듯 심중한 얼굴로 무라야마를 쳐다보며 안주머니에서 사진 두장을 꺼내 내밀었다. 무심중에 사진을 받아들고 들여다보던 무라야마는 흠칫 놀랐다. 그는 긴장한 눈빛으로 가니다니를 건너다보았다.

《그러니 니시하라와 도미꼬가 이미전에 이 칸쿤마을에 왔다갔다는 말이 아닌가?》

《예! 그것도 두번씩이나…》

가니다니의 두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번뜩였다.

사진에는 등산모를 쓰고 지팽이를 든 니시하라와 역시 등산복차림인 도미꼬가 바로 그 운명의 티크나무와 법당앞에 웃으며 서있었다.

사진밑에는 각각 《1997년 9월 3일》, 《1999년 6월 2일》이라는 날자가 박혀있었다.

타이에 찾아온 외손녀를 데리고 니시하라는 무고한 인민들을 무참히 살륙했던 그 추억의 티크나무와 법당을 찾아 감회깊은 기념사진까지 남겼던것이다.

《지독한자로군. 그 나무에 와서 사진까지 찍다니…》

《예, 무서운자입니다. 츄홍따이를 죽이려다 실패한 부하놈들도 건설장 몰탈속에 묻어버렸답니다.》

《음, 이 사진이 어디서 났나?》

《니시하라가 죽은 뒤 그의 금고에서 나온것을 노자끼상사 그의 부하가 간수하고있다가 저에게 주더군요.》

《이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적은 없다던가?》

《예.》

《이 사진이 폭로되면 큰일이요. 중요한 자료니 내가 건사하겠소.》

사진을 안주머니에 넣은 무라야마는 문쪽을 경계하고있던 사다께를 손짓으로 불렀다. 가니다니를 옆으로 데리고 가 마주앉았다.

가니다니의 가죽만 남은 바싹 마른 얼굴의 치째진 두눈을 바라보며 자못 놀라운 어조로 물었다.

《가니다니군! 도대체 어떻게 저자를 체포할수 있었나?》

가니다니는 그때가 돌이켜지는듯 열을 돋구며 사연을 말했다.

《여러 수사협의회를 거치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 저는 츄홍따이가 틀림없는 범인이라는것을 확정하게 되였습니다. 여기선 웅카라부장과 타이형사들도 마찬가지였던것 같습니다.

전 단독으로 삥강에서 발견한 커누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 츄홍따이의 싸칼리정박장에 커누 한척이 더 있었다는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츄홍따이의 요청으로 정박장에 찾아가 그를 만나고 돌아온 웅카라부장이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려주는게 아니겠습니까.

니시하라의 칸쿤학살사건과 도미꼬의 아끼꼬살인사건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웅카라부장은 당신들의 수사는 이젠 더 의미가 없다, 자기들은 이젠 이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것이였습니다. 저는 아찔했습니다.

그 순간에 저는 수사가 완전 미궁에 빠졌고 나자신의 처지도 위태롭게 되였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때를 놓치면 모든것이 끝장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즉시 승용차 한대를 임대해 끌고 치엥마이시내 트레킹사본사로 달려가 츄홍따이를 체포해 이 호텔로 끌고 왔던겁니다.》

《그러니 단신으로 말인가?》

《예! 원체 저놈이 나이는 먹었지만 특공대출신이고 해서 사무실에 들어서자바람에 저레 마취를 시켜 끌어왔습니다.》

《청사에서 나올 때 다른 일이 없었는가?》

《예, 술 좀 마시고 취한걸 집에 데려다 준다면서 부축하고 나와 차에 태웠습니다.》

《음… 역시 가니다니야.》

무라야마는 가니다니의 기민성과 결단성, 단호한 기질에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니 가니다니형사!》

이때 그들의 옆에서 함께 듣고있던 사다께가 문득 끼여들며 물었다.

《당신 끝까지 저 츄홍따이를 일본으로 압송해가겠다는건가?》

《…》

가니다니는 그 순간 사다께의 질문의 뜻을 몰라 벙벙해 쳐다보았다.

《그렇잖으면… 사다께! 자넨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저 츄홍따이와 이마무라가 자기 부모, 자기 애인을 학살한 그 복수를 했는데도?》

《뭐, 뭐?! …》

가니다니는 뛰쳐일어날듯 얼굴빛이 긴장해지고 눈길이 당장에 표표해졌다.

《과장님! 지금 이 사다께군의 소리가 무슨 말입니까.

저 츄홍따이가 범인이 아니란겁니까?》

무라야마는 날카롭게 사다께를 쏘아보았다.

《사다께!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가? 사건의 과거진상여하에 관계없이 우린 지금 정부의 의지를 받들뿐이네.》

그러자 사다께는 강력히 반발했다.

《과장님! 이 수사 중지합시다. 과연 무슨 명분으로 저들을 체포한단 말입니까? 제 아버지의 머리가죽을 벗겨 죽인 놈인데, 어머니를 죽도록 륜간하고 학살한 놈인데…》

사다께는 수사과정에 참고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듯싶었다.

《우리 아버지형제 넷중에 셋이 대동아전쟁에 끌려나가 다 무참하게 죽었습니다. 첫째는 라바울에서, 둘째는 화북에서, 셋째는 민다나오에서… 그들모두가 전선에서 그 더러운짓들을 하며 죽어갔을겁니다.》

이렇게 부르짖던 사다께는 창문으로 다가가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는 건설장부지를 가리켰다.

그곳은 니시하라가 건설하려던 《미니 도꾜》거리였다.

《저 방코크의 일본거리! 저기에 돌을 던져보십시오. 지나가는 일본늙은이 누구건 그 돌을 맞는자에게 물어보십시오. 틀림없이 전쟁에 나가 그 더러운 만행에 가담한 놈일겁니다.

저 희희락락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젊은 일본놈들 누구건 족보를 캐보십시오. 겉은 멀쩡해도 다 같은 <도쯔께끼 1번>, 그 썩은 생식기에서 삐져나온 더러운 아들놈들, 딸년들일겁니다. 더럽고 썩은 그 전쟁으로 우리 일본에 남은것이 무엇입니까?

늘 순진하고 인사성 밝은 겉모양속에 악독하고 교활하고 음흉한 속심을 감추고 사는 이중근성이 체질화된 나라… 왜놈, 쪽발이, 경제동물… 가미가제, 위안부, 생체실험, 마루따의 나라… 세상의 온갖 오명과 치욕을 다 뒤집어쓰고 결국엔 지구상 누구도 맞지 않은 원자탄까지 맞아가며 죽어간 수백만 일본민중의 아픔과 처절한 상흔이 아직도 부족합니까?》

《사다께! 과거의 문제는 시효가 지난 문제네. 타이와 일본사이엔 과거의 문제보다 현재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돼있소.

지금 생산능력과잉으로 숱한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로력원가가 낮은 동남아일대로 옮겨앉고있거던. 정치란 언제나 옳은 일만 해야 하는게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게야.》

《그 필요한 일이 정의와 부합되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까?》

《그래서 필요악이란 말도 생기지 않았나.》

《바로 과장님 같은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일본이 오늘까지 전범국의 수치스런 오명을 벗지 못하고있단 말입니다.》

《야! 이 새끼야!》

그때까지 듣고만 있던 가니다니가 옆구리에서 권총을 뽑아들며 뛰쳐일어났다.

당장에 사다께의 이마빡에 총구를 갖다댔다.

《야, 너절한 민주주의냄새 피우지 말아. 우린 공익의 임무를 받고 나온 일본의 경찰일뿐이야. 정부와 상급의 뜻을 무조건 수행해야 할 의무밖에 없어.》

《뭐야?》

사다께도 결투자세로 획 돌아섰다. 당장 충돌할듯 마주선 두 형사의 눈에 불꽃이 튀였다.

《가만있지 못하겠어? 이 자식들… 수사의 운명이 곤두박질하고있는 판에 이건 뭐야?》

무라야마가 꽥 소리쳐서야 두 형사는 무춤했다.

이때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라야마과장! 문 열게, 내가 왔네.》

그건 웅카라의 목소리였다.

《아니, 문을 열면 안됩니다.》

가니다니가 문으로 다가가려는 무라야마를 막아나섰다.

《무라야마과장! 문을 열라구. 우린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형사기구에 도움을 청했네. 그 인터폴 형사들이 왔네.》

(인터폴이라… 후-)

무라야마는 긴숨을 내쉬였다.

범인들의 체포와 문제의 해결을 저들의 중재에 맡기면 만사가 쉽게 해결될것이다.

가니다니의 얼굴에도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무라야마가 안도의 숨을 쉬며 눈짓을 하자 가니다니가 문으로 다가가 걸쇠를 벗겼다.

문이 꽉 메게 장대한 체구의 백인사나이 세명이 웅카라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앞에 선 사나이가 자기소개를 했다.

《국제형사기구 1부 형사 크로이드입니다. 츄홍따이가 누구입니까?》

《이자입니다. 이자가 이번 살인사건의 두목입니다.》하며 가니다니가 묶어놓은 츄홍따이를 가리켰다.

《무라야마씨는 누구입니까?》

《접니다. 이렇게 협조해주어 고맙습니다.》

무라야마가 반가워 손을 내밀었다.

크로이드는 입을 실룩이며 옆에 선 형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옆에 섰던 억대우같은 두 사나이가 수갑을 들고 다가오더니 뜻밖에도 무라야마의 손에 절컥 수갑을 채웠다.

《이건 무슨 일이요?》

무라야마는 깜짝 놀라며 소리질렀다.

《가니다니형사는 누구입니까?》

《나요.》

놀라서 한걸음 물러서던 가니다니가 《당신들 인터폴 맞아? …》하며 옆구리에서 다시 권총을 뽑으려드는것을 웅카라가 손을 비틀어 빼앗았다.

웅카라와 두 국제형사기구 경찰은 반항하는 가니다니를 제압하고 그의 손에도 수갑을 채웠다. 사다께는 순순히 수갑을 받았다.

세 일본형사를 검거하자 크로이드형사는 무라야마에게 공식적인 어조로 정중하게 통보했다.

《타이경찰청의 제소에 의하여 국제형사기구는 일본경찰청 무라야마과장 일행을 전범자비호죄로 체포합니다.》

《웅카라부장! 당신 이 무슨 망동이요?》

무라야마는 모욕감과 분노에 몸을 떨며 어이없어 웅카라를 쏘아보았다.

《무라야마과장! 안됐소. 미안하오. 그러게 내 여기 다시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사태를 이렇게 만든건 가니다니, 이 친구요.》하며 웅카라는 수갑을 차고 악에 받쳐 진정 못하는 가니다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웅카라! 너 이 자식! 일본경찰을 뭘로 알아? 두고보자.》

가니다니는 분노하여 그 손을 털어버리며 소리쳤다.

웅카라는 그런 그를 싸늘한 시선으로 지켜볼뿐이였다.

일본정부의 압력으로 무라야마의 수사팀은 닷새만에 겨우 석방되여 도꾜로 돌아왔다. 무라야마의 20년 경찰생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은 처절한 오욕과 수치로 얼룩진 수사, 철저한 실패로 종결된 수사였다.

바랐건 바라지 않았건 이 사건은 어쩔수 없는 그런 파멸의 숙명을 지니고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무라야마의 운명을 하루사이에 바꿔버리는 충격적인 계기가 되였다.

방코크경찰에 억류되여있는 그 닷새동안에 이번 사건수사의 전 과정을 돌이켜보며 자기 가슴에 새롭게 갈마든 조국-일본에 대한, 일본의 정치와 일본인이라는 자기자신에 대한 회의와 환멸감에 모대기며 그는 장밤을 꼬박 새우다싶이 했다.

비행기가 일본상공을 가까이 하자 2만m의 고공에서 맑은 기류밑으로 태평양상의 서쪽끝에 이어진 긴 렬도의 륜곽이 한눈에 안겨왔다. 무라야마는 그 섬들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마흔이 넘게 살아온 저 땅, 어머니몸에서 떨어진 나의 야마도족의 태가 그 어디엔가 묻혀있고 지금은 또 아들 겐조가 자라고있는 고국의 땅, 그런데 어찌하여 저 땅이 그처럼 정취풍기는 향토로 안겨오지 않는것인가.

저 섬들에서 이른바 《대동아공영권》, 《팔굉일우》를 부르짖으며 군함과 비행기를 끌고 떠나갔던 그들, 히노마루를 펄럭이며 현해탄의 파도를 넘어 대륙의 황토먼지속으로 진격해갔던 수백만 일본병사들이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 도시와 마을들에, 수천만 아시아인민들의 가슴마다에 남긴것은 과연 무엇이였으며 그 피비린 침략전쟁으로 일본에 돌아온것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옆에 앉아 묵묵히 기창밖을 내다보는 사다께가 며칠전 방코크에서 자기에게 부르짖던 웨침이 새삼스레 무라야마의 귀전에 쟁쟁히 울려왔다.

세상의 온갖 오명과 치욕을 다 뒤집어쓰고 원자탄까지 맞아가며 죽어간 일본인들의 아픔과 처절한 상흔이 아직도 부족한가?

하지만 과거에 대한 뼈를 깎는 참회와 반성의 고뇌는 고사하고 새로운 야망과 야욕으로 오늘도 싸늘히 도사리고있는 저 섬들… 점차 커지며 확대되는 섬들을 내려다보던 무라야마는 문득 엄습해오는 공허와 허탈감속에 오싹하는 오한을 느꼈다.

그리도 유정한 정회로 안겨오던 일본의 그 섬들이, 그리도 정답고 사랑스럽던 조국의 섬들이 불시에 서리가 돋치고 랭기가 풍겨나는 얼음덩이로 안겨왔던것이다.

그는 오래도록 창가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랬다. 그것은 얼음덩이들이였다. 온 세계가 손저어부르는 정의와 평화의 대륙에 가붙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제국》의 꿈과 환각에 잠겨 태평양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차고 랭랭하고 싸늘한 얼음덩이들… 아, 언제면 저 얼음들이 녹아내리고 저 일본렬도가 따뜻한 물기를 머금고 대륙에 가붙게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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