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선인민군은 왜 계속 변하는가 - 안보강화와 경제건설, 박정천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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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8-31 19:4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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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은 왜 계속 변하는가 - 안보강화와 경제건설, 박정천의 복귀
윤현일 (자유기고가)
8월 29일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9기 제2차회의에서 군 지휘부가 크게 바뀌었다. 국방성 고문 박정천은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으로 복귀하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다시 올랐다. 노광철 국방상은 해임돼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이동했고, 총정치국장 김성기가 국방상에 임명됐다. 보위국장 유광우는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공군 정치위원 엄주호는 보위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 몇 명의 서열을 다시 정한 인사로 보기에는 범위가 넓다.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성, 총정치국, 보위국, 군수공업부까지 함께 움직였다. 제9차 당대회 이후 조선군이 맡은 과업도 무력현대화에서 지방발전과 국가건설까지 넓어지고 있다. 박정천의 복귀와 노광철의 이동도 이 흐름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왜 박정천을 다시 불렀나
박정천의 재등용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띈다. 제9차 당대회 이후 그는 당중앙지도기관과 중앙군사위원회의 주요 직책에서 빠지고 국방성 고문으로 이동했다. 다른 최고위 현역직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지휘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런데 불과 반년 만에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이상한 점은 따로 있다.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박정천은 김정은위원장의 무기시험과 군수공업 현지지도, 주요 군사행사에 계속 모습을 나타냈다. 공식 지휘책임은 없었지만 군사사업에서는 빠지지 않았다. 물러나게 하면서도 계속 활용한 셈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계속 쓸 사람이었다면 왜 고문으로 보냈을까. 제9차 당대회 이후 새 군사지도체계를 가동하면서 박정천을 일단 후선에 두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후 핵무력 확대와 해군 현대화, 정찰정보능력 강화, 군사기지 건설, 무기체계 갱신이 동시에 본격화됐다. 여러 사업을 한데 묶어 밀어붙일 경험 많은 지휘자가 다시 필요해진 것이다.
이번 복귀가 과거 지위의 완전한 회복도 아니다. 박정천은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왔지만 당비서 직책은 다시 받지 않았다. 군사사업에 집중시키기 위한 복귀라는 해석이 더 잘 맞는다.
2. 왜 군 지휘체계를 다시 짰나
노광철은 박정천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방상에서 해임됐고 당중앙지도기관에서도 소환됐다. 국방성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인사에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조직 밖으로 밀어내지는 않았다.
노광철이 새로 맡은 자리는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다. 그는 과거 무기생산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국방성 전체를 지휘하는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자신이 경험을 쌓은 군수공업으로 돌아갔다. 해임만 보면 문책이지만 새 직책까지 함께 보면 전문분야 재배치의 성격이 강하다.
김성기를 국방상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그는 총정치국장을 맡아 군의 정치·조직사업을 다뤄왔다. 박정천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오고, 노광철은 군수생산으로 이동했으며, 김성기는 국방성을 맡았다. 각자의 경력과 경험에 따라 역할을 다시 나눈 모습이다.
유광우와 엄주호도 함께 움직였다. 보위국장이던 유광우는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갔고, 공군 정치위원 엄주호가 보위국장을 맡았다. 한두 사람을 바꾼 인사가 아니다. 군 지휘와 조직운영, 군수생산, 정치사업과 보위체계를 한꺼번에 손봤다.
한국 일부 언론은 이런 인사를 실세 경질, 충성심, 복종, 기강잡기 같은 틀로 설명한다. 그런 시각만으로는 박정천을 다시 부르고 노광철을 군수공업으로 보내면서 총정치국과 보위국까지 함께 바꾼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권력서열만 따라가면 사람은 보인다. 정작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3. 출발점은 제9차 당대회다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제2차회의의 출발점은 8월 29일이 아니다. 2월 열린 제9차 당대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대회는 강력한 국가방위력 건설을 새로운 5개년의 주요 과업으로 제시했다. 6월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핵무력 확대와 상용무기 개발·생산, 군수공업기업소 현대화, 해군기지와 군사기지 건설 등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7월 중앙군사위원회 제1차 확대회의에서는 인민군이 수행해야 할 군사과업을 더 세밀하게 정했다. 핵무력의 양적·질적 확대, 전투체계의 기술갱신, 군사기지 현대화, 정찰총국의 기능과 능력 확대, 해군기지와 조선소 건설, 훈련과 군사교육 개선 등이 다뤄졌다. 김정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7건의 군사명령에도 서명했다.
8월 제2차회의에서는 새로운 군사노선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인민군위원회와 국방성의 정치군사활동을 평가한 뒤 “국방사업전반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조직기구 개편과 인사를 다뤘다. 9차 당대회에서 방향을 정하고, 6월과 7월에 해야 할 일을 구체화했으며, 8월에는 그것을 수행할 조직과 사람을 다시 짠 것이다.
코리아반도의 군사정세가 조용했던 것도 아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은 미일한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26’을 추진했고, 미국은 한국에 AIM-9X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103발과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방안도 승인했다. 조선 외무성은 이미 이를 군사적 위협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이런 외부 움직임을 길게 다루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날 회의가 다룰 문제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제1차회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했다면 제2차회의에서는 누가, 어떤 조직으로, 얼마나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를 점검했다. 밖을 다시 설명하기보다 내부의 실행체계를 손본 회의였다.
4. 안보강화, 무엇을 먼저 바꿀 것인가
모든 무기를 최신형으로 바꿀 수 있다면 좋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자원도 한정돼 있고 생산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무엇을 먼저 바꿀 것인지 골라야 한다.
조선이 올해 공개한 무기를 보면 선택의 방향이 드러난다. 갱신형 대구경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장거리 포탄 시험이 이어졌고 신형 전차와 발사대차 생산시설도 현대화됐다. 구축함 《최현》호와 《강건》호에서는 순항미사일과 함포, 전자전수단과 통합전투체계를 시험했다. 정찰정보능력 확대와 해군기지, 조선소 확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무조건 새 무기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서는 미사일과 무인기, 전자전과 방공, 실시간 정찰, 장거리 정밀타격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동시에 탄약과 무기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얼마나 빨리 보충할 수 있는지가 전쟁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조선은 이런 분야 가운데 자신의 지리와 군사환경에 필요한 부분을 골라 집중하고 있다.
조선은 현대전을 구경만 한 것도 아니다. 쿠르스크지역에서 미국과 서방의 무기와 정보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과 실제로 싸웠다. 무인기와 정찰정보, 포병과 미사일, 전자전이 한 전장에서 어떻게 결합되는지 직접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유용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도 확인했을 것이다.
8월 29일 열린 국가표창 수여식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김정은위원장은 중앙군사위원회가 열린 같은 날 새로운 무기전투체계의 개발과 성능제고에 기여한 국방과학자와 연구사, 일군들을 표창했다. 어떤 무기를 개발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이어진 무기개발과 핵심 군사기술 연구가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했다고 전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무기를 정하고 개발했다면 생산해야 하고, 생산한 뒤에는 실제 부대에 배치해야 한다. 국방과학과 군수공업, 군 지휘체계가 여기서 연결된다. 박정천의 복귀와 노광철의 군수공업부 이동도 개발에서 생산과 배치로 이어지는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판단한다.
5. 경제건설, 군이 맡은 또 하나의 전선
조선인민군이 하는 일은 국방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6년도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소 건설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고 농촌살림집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상당한 공사를 인민군 제124련대를 비롯한 군 건설병력이 맡고 있다. 군이 국가경제 건설의 주요 집행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군을 투입하는 이유도 어렵지 않다. 전국적인 지휘체계와 인력, 장비를 갖추고 있고 한번 결정된 과업을 일정에 맞춰 밀어붙일 조직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마다 대규모 공사를 동시에 벌이는 정책에서는 이런 동원력과 집행력이 필요하다. 조선에서 군의 경제건설 참여가 반복되는 이유다.
8월 25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제9기 제1차·제2차 전원회의가 정한 중요정책건설대상의 추진상태를 점검했다. 김정은위원장은 일부 경제지도기관의 “미숙한 작전과 지휘능력”을 지적하고 실행담보와 집행력을 요구했다. 직접 비판을 받은 곳은 경제지도기관이다. 그러나 국가건설의 상당 부분을 군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군 역시 자신이 담당한 공사의 속도와 결과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군이 맡은 건설은 민수부문에만 있지 않다. 새로운 해군기지와 군사기지, 군수공업기업소 건설과 현대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방성은 전투준비와 군수생산, 군사시설 건설, 국가정책 건설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맡은 일이 늘어난 만큼 조직을 다시 짜고 사람을 바꿀 필요도 커졌다.
김성기를 국방상으로 옮기고 총정치국과 보위국의 지휘부까지 손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정해진 사업을 제때 끝내는 능력이다. 이번 인사는 무력현대화와 함께 군이 맡은 국가적 건설과업의 추진력을 끌어올리려는 조정이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
6. 강한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자산을 가진 미국도 다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8월 14일 미 국방부 내부 검토에서 유럽·태평양·남부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은 중동 전력의 장기배치에 반대했다. 해군은 즉시 배치할 수 있는 구축함이 전체의 4분의 1 정도라고 보고했고, 태평양사령관도 항모전단과 구축함을 계속 중동으로 보내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은 무기의 총량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문제는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있는 전력이다. 이란전쟁이 길어지면서 함정과 탄약, 정비와 보충능력에 부담이 쌓였고, 중동에 전력을 계속 묶어두면 태평양과 유럽, 미국 본토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쟁 모두 미국이 애초 기대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최신 무기를 많이 보유했다고 전쟁을 원하는 방식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전력을 보내고, 손실과 소모를 보충하고, 전쟁이 길어져도 생산을 계속해야 한다. 전장이 바뀌면 무기와 전술도 빨리 바꿔야 한다. 현대전에서는 무기의 성능 못지않게 생산력과 보충능력, 조직의 적응속도가 중요하다.
미국 군사력은 강하지만 너무 크고 복잡해졌다. 한 지역에 힘을 집중하면 다른 지역에 빈틈이 생기고, 새로운 전쟁방식에 맞춰 전체 체계를 바꾸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거대한 공룡처럼 힘은 세지만 몸집이 커진 만큼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조선이 최근 무기체계와 군 조직을 계속 손보는 이유를 미국의 이런 모습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7. 조선인민군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조선의 무력현대화는 군 내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제9차 당대회 이후 조선은 국가방위력을 “멈춤없이, 한계없이 확대진화”시키는 한편 “반제자주력량의 전위에서” 다극화된 세계건설을 추동하고 반제자주력량과의 연합전선을 강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군사력 강화에는 자국 방어뿐 아니라 조선이 스스로 정한 국제적 역할도 들어 있다.
박정천은 군사사업의 전면으로 돌아왔다. 노광철은 자신이 경험을 쌓은 군수공업으로 갔고 김성기는 국방성을 맡았다. 총정치국과 보위국 지휘부도 함께 바뀌었다. 누구를 높이고 낮출 것인가보다 지금 필요한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가 이번 인사의 중심에 있었다고 본다.
2026년 조선군에서는 새로운 무기가 계속 나오고 작전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무기가 바뀌면 싸우는 방식이 바뀐다. 싸우는 방식이 달라지면 조직과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동시에 지방발전과 중요정책건설에서 군이 맡는 몫도 커지고 있다.
조선인민군은 한쪽에서 현대전에 맞는 무력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 국가경제 건설을 떠받치고 있다. 안보강화와 경제건설이라는 두 과업을 함께 수행하려면 군대 자체가 계속 변해야 한다. 박정천의 복귀와 이번 군 지휘부 개편은 그 변화의 한 장면이다.
[출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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