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 트럼프, 다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움직이나 - CIA 국장 랫클리프의 모스크바 방문과 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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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8-28 19:3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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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움직이나 -
CIA 국장 랫클리프의 모스크바 방문과 그 배경
윤현일
8월 25일 존 랫클리프 미국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트럼프가 가동한 비공개 통로였다. 미국 언론은 우크라이나전쟁 확대 억제,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 가능성, 러시아의 이란 지원 문제가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이번 방문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은 러시아에 상당히 무거운 요구를 전달했지만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정보기관 간 접촉 유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도 이번 회동을 실무급 접촉이라고 의미를 낮췄다. 젤렌스키 역시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미국이 러시아에 사용한 강한 어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만족하면 우크라이나가 불만이어야 하고, 우크라이나가 만족하면 러시아가 불쾌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양쪽 모두 공개적으로 큰 반발이 없다. 단순히 전황을 관리하고 확전을 막기 위한 협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어쩌면 트럼프가 지난해 멈춰섰던 종전협상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종전구상은 이미 지난해 만들어졌다. 이번에 봐야 할 것은 새로운 종전안을 처음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실패했던 그 종전구상을 왜 지금 다시 꺼냈으며, 랫클리프는 무엇을 수정해 러시아의 반응을 확인했는가.
1. 랫클리프, 모스크바로 날아가다
랫클리프는 워싱턴을 떠나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모스크바로 들어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고위급 인사의 러시아 방문을 사전에 알리고 일정 기간 러시아 북부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폴란드 역시 CIA 지도부와 연락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국무장관이나 국가정보국장이 아니라 CIA 국장을 보낸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랫클리프는 트럼프 1기 국가정보국장을 지냈고 현재 CIA 국장을 맡은 트럼프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일부 백악관 고위관계자와 군 지도부도 구체적인 임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정식 외교협상보다 대통령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하고 러시아의 반응을 확인하는 임무에 가까웠다.
랫클리프는 나리시킨 SVR 국장을 만났고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FSB 국장과도 접촉했다. 특히 랫클리프와 보르트니코프는 수감자 교환을 조율하며 이미 연락통로를 만든 상태였다. 트럼프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기보다 이미 작동해본 사람을 다시 사용한 셈이다.
랫클리프가 푸틴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지도부가 그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구조였다. 단순한 정보기관 간 실무접촉 이상의 정치·안보적 의미를 가진 방문이었다.
2. 미국은 러시아에 무엇을 요구했나
공개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을 더 확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랫클리프는 러시아의 군사·경제상황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미국 측 판단을 전달하며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면 트럼프를 다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쪽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두 번째는 나토 문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란전쟁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에 묶이고 무기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러시아가 나토의 대응능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랫클리프도 러시아의 나토 관련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귀국한 랫클리프의 방문을 축소하면서 “푸틴은 나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이란이다. 미국은 이미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상대하면서 중동에서는 그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는 상황이 미국에는 부담이다. 러시아의 대이란 지원 문제도 이번 접촉에서 논의됐다.
세 가지 요구를 다시 보면 모두 미국이 처한 곤경과 연결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확대하면 미국은 부족한 방공무기를 다시 투입해야 한다. 러시아가 나토까지 압박하면 이란전쟁과 유럽의 군사위기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러시아가 이란 지원을 계속하면 중동전쟁도 더 어려워진다. 결국 미국은 러시아에 자신이 당장 줄이고 싶은 세 가지 부담을 요구한 셈이다.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이 줄 것이 없다면 러시아가 굳이 공격을 줄이고 이란과의 관계를 조정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번 접촉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고, 트럼프 역시 방문을 축소하면서도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공개되지 않은 다른 이야기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3. 보도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미국이 러시아에 무엇을 요구했는지는 알려졌다. 러시아가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보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급부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의 요구가 모두 미국 자신의 군사적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었다면 러시아가 검토할 만한 조건도 함께 제시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단서는 지난해 트럼프가 내놓았던 종전안에서 찾을 수 있다. 2025년 11월 공개된 미국의 28개항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제한, 러시아가 장악한 일부 영토에 대한 사실상의 인정, 대러 제재 완화와 러시아의 국제경제 복귀, 러미 경제협력 등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재건과 에너지·인프라 사업도 함께 들어 있었다.
당시 러시아도 미국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역시 영토와 안보조건을 놓고 반발했다. 이번 랫클리프 방문에서 중요한 것은 지난해 안을 그대로 다시 전달했느냐가 아니라 러시아가 거부했던 부분을 어떻게 수정했느냐다. 달라진 전황과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조건이 제시됐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접촉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이유에는 협상 상대가 바뀐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지난해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의 스티브 윗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앞세워 종전협상을 추진했다. 두 사람은 푸틴과 장시간 회담까지 했지만 핵심 쟁점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현직 CIA 국장 랫클리프가 모스크바에 나타났다.
차이는 적지 않다. 윗코프와 쿠슈너의 최대 강점은 트럼프와의 개인적 신뢰였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대통령 측근들이 조건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듯 협상하는 상대이기도 했다. 랫클리프는 전 국가정보국장이자 현 CIA 국장으로 미국이 실제로 파악한 전황과 러시아의 군사·경제상황을 설명하고, 러시아의 답을 정보판단과 함께 트럼프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책임자다.
러시아로서는 이런 상대가 오히려 편할 수 있다. 조건을 바꾸며 흥정하는 사람보다 미국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우려하며, 어디까지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지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랫클리프와 보르트니코프는 이미 수감자 교환을 조율해본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의 반응을 협상조건만으로 볼 필요는 없다. 지난해의 윗코프·쿠슈너 대신 현직 CIA 국장이 직접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접촉을 미국이 이전보다 무겁게 다루고 있다는 신호가 됐을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트럼프 개인의 흥정보다 미국의 실제 정보판단과 정책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장면도 이렇게 보면 설명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의 확전을 강하게 경고한 내용에 만족했고, 러시아는 랫클리프라는 인물의 선택과 미국이 다시 직접 거래에 나섰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양쪽이 같은 내용에 만족한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랫클리프를 보냈다는 사실을 트럼프의 평화 의지로 볼 필요는 없다. 이번 접촉을 이전보다 무겁게 다뤘다는 뜻일 뿐이다. 트럼프에게는 11월 선거와 전쟁 이후 미국이 가져갈 경제적 이익이라는 별도의 계산이 있다.
4. 트럼프, 종전협상을 다시 준비하다
랫클리프의 모스크바 방문을 본격적인 종전협상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다. 돈바스 영토, 우크라이나의 나토 문제, 대러 제재와 안보보장을 놓고 공식 정치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러시아를 경고하기 위한 방문으로 보기에도 이후 움직임이 맞지 않는다. 미국·우크라이나·유럽은 새로운 제안을 준비하고 있고 러시아도 협상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광물·에너지·인프라와 전후 재건사업에 미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종전안은 영토문제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도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도 아니다. 미국 자본이 재건과 자원·에너지 사업에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를 남기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러시아에도 나토 가입 제한, 영토적 성과 인정, 제재완화와 러미 경제협력이 제시된다면 협상할 이유가 생긴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고립시키려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조선·이란과도 군사·경제협력을 확대했다. 나토의 동진과 대러 압박이 이 결합의 속도를 높였다는 점도 지울 수 없다.
서방은 자신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동맹의 단결이라 부르면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조선·이란의 협력은 위협이라고 규정한다. 물론 네 나라의 협력을 나토 정책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들이 오늘의 대립구조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거의 돌아보지 않는다. 상대의 손에 묻은 피만 가리키기 전에 자신의 손부터 살펴야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쏟아부을 형편도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요격탄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미국은 이란전쟁이라는 또 다른 군사적 부담을 안고 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채우면서 중동전쟁까지 감당하려면 부담은 더 커진다. 러시아의 공격을 군사력으로 계속 막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 공격수위를 낮추는 편이 지금 미국에는 훨씬 싸다.
랫클리프는 최종 종전안을 체결하는 협상가라기보다 실패했던 트럼프 종전구상을 다시 살릴 수 있는지, 러시아가 받아들이려면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비공개 탐색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5. 트럼프를 재촉하는 11월 중간선거
트럼프의 종전구상은 선거 때문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존재했다. 그러나 실패했던 종전구상을 지금 다시 꺼내고 협상을 서두르는 데에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전쟁을 끝내는 대통령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란전쟁은 해결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전쟁도 끝내지 못했다. 전쟁 장기화는 유가와 물가, 군사비와 무기재고에도 부담을 준다. 11월을 앞두고 내세울 외교성과도 부족하다.
트럼프가 선거 전에 완전한 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는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줄이고 양측을 협상에 앉힌 뒤 11월까지 협상이 진행되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성과가 된다. 돈바스 영토와 나토 가입, 대러 제재 같은 어려운 문제는 선거 이후로 넘길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 급한 것은 전쟁의 완전한 해결보다 자신이 전쟁을 관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6. 전쟁이 끝나도 미국은 이익을 챙긴다
트럼프의 움직임을 선거만으로 설명해서도 부족하다. 지난해 28개항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에너지·인프라 투자와 러시아 제재완화, 국제경제 복귀와 러미 경제협력이 함께 들어 있었다. 미국에게 종전은 총성을 멈추는 정치협상인 동시에 전쟁 뒤의 시장과 이익을 나누는 경제협상이기도 했다.
전쟁 중에는 무기와 자금, 제재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쟁이 끝나면 재건과 투자, 자원과 에너지 계약으로 그 영향력을 이어간다. 우크라이나가 남아 있어야 미국의 투자구조도 유지되고, 러시아가 국제경제로 복귀하면 러미 경제협력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생긴다.
랫클리프의 모스크바 방문은 종전협상의 완성이 아니다. 러시아의 확전을 억제하면서 실패했던 트럼프의 종전구상을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한 탐색에 가깝다. 진짜 갈등은 미국이 구체적인 종전조건을 다시 내놓을 때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선거 전에는 자신이 전쟁을 통제하고 있다는 성과를 만들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우크라이나 재건과 자원·에너지 사업,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서 미국의 몫을 확보하는 것이다. 랫클리프의 모스크바 방문은 이 두 계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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