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조-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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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4-11-19 09:0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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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조-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까
장창준 객원기자
트럼프 당선 이후의 세계 ②
트럼프 당선은 미국 정치와 국제 정치에 주요한 변곡점이 될 것은 틀림없다. 트럼프 당선이 미국 정치와 국제정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몇 차례에 걸쳐 분석한다.
1>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2) 트럼프는 조-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까
3> 미국 민주당은 왜 졌는가
4> 미국과 유럽에서 ‘극우 정권’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에 대해 극명하게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이 발견된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것이며, 조미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해리스보다는 트럼프의 당선을 희망하는 입장이다. 정반대 쪽에는 트럼프의 인종차별, 극우적 성향을 강조하며 해리스의 당선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입장 모두 틀렸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조미 대화 역시 재개하지 못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모르나, 국제 정치 특히 한반도에서는 해리스도, 트럼프도 그저 미국 대통령일 뿐이다.
16년 전 오바마의 당선이 우리의 기대를 잔뜩 높인 바 있다. 당선되면 1년 안에 조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한반도에서 오바마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던가. 그러나 오바마의 8년은 최악이었다. 부시 때만도 못하다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오바마가 취임하던 당시 미국의 대외정책이 대중국 봉쇄로 바뀌었다. 대중국 봉쇄를 위해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북핵 위협’만큼 좋은 명분이 없었다. 결국 오바마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는 이렇다 할 조미 대화 한 번 열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트럼프가 새롭게 취임하는 현 시기는 미국은 ‘조중러 봉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 봉쇄를 위해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조러 무기 거래’, ‘조선의 러시아 파병’만큼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명분은 없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와 트럼프는,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다른 탄생 배경을 갖지만, 결국 같은 결과를 초래할 이란성 쌍생아라고 할 수 있다. 대조선 정책에서 오바마가 세간의 기대와 달리 아무런 성과를 못 냈던 것처럼, 트럼프 역시 세간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라진 비핵화, 트럼프의 선택은?
2018년 트럼프가 조미 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ICBM을 보유한 조선의 유연한 비핵화 협상 전략에 있었다. 트럼프가 조미 대화에 나선 것이 아니라 트럼프로 하여금 조미 대화에 나서게 강제한 것은 조선이었다.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조선의 행동을 막을 방법은 단 두 개였다. 하나는 조선 핵미사일을 군사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핵미사일을 외교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조선은 비핵화를 통한 조미 관계 정상화에 착수했다. 조미 정상회담 전에 비핵화 의사를 피력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선언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조건은 달라졌다. 비핵화가 물 건너간 지 오래이며, 조선은 “전쟁 준비 완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정책을 법령화했으며, 다양한 핵투발 수단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했다.
8년 전 트럼프를 대화로 나오게 했던 조선의 비핵화 전략은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비핵화를 포기하고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조미 대화에 나올 수 있을까.
트럼프가 ‘war game’을 중단했다는 착시
설령 트럼프가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더라도 대화 재개는 난망하다. 한미군사연습이 영구 중단되지 않은 채 조선이 대화에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2018년 조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가 ‘war game’을 중단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war game’ 즉 한미군사연습을 중단한 적이 없다. 트럼프가 워낙 ‘war game 중단’ 발언을 많이 하다 보니 생겨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2018년 한미군사연습인 키리졸브 연습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피해 4월로 연기했을 뿐이다. 비록 규모는 작아졌을지언정 군사연습은 중단되지 않았다. 다만 조선이 유연한 비핵화 전략을 추진하여 한미군사연습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다.
8년 전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지금은 ‘war game’을 중단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한미군사연습을 강화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8년 전에 비해 더 많아졌다. 한미일 정상은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동맹을 완성했고, 2024년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합의함으로써 한미일 동맹을 출범했다. 2023년 200일 넘게 한미•한미일 군사연습이 진행되었고, 2024년 8월 기준 180일 넘게 한미•한미일 군사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전략자산 역시 1년에 20회 이상 전개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대중 강경론자이다. 대중 봉쇄를 위한 한미일 연합은 트럼프가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연습을 트럼프가 중단시킬 이유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장사꾼’ 본성
설령 트럼프가 ‘war game’을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이를 가로막는 다른 본성을 트럼프는 갖고 있다. 소위 ‘장사꾼’ 본성이 그것이다.
이미 대선 유세 때부터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파다하다. 전략 자산 전개 비용 역시 한국에 전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미 군사연습을 빈번하게 하는 명분으로 미국이 강조하는 것이 ‘상호운용성’이다. 그중에서도 무기의 ‘상호운용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최적의 ‘상호운용성’은 동일한 혹은 비슷한 무기를 한미가 보유하는 것이다. 즉 ‘상호운용성’ 강화는 미국 무기를 한국에 판매하는 가장 좋은 명분이다.
‘장사꾼’ 트럼프가 과연 한국이라는 무기 시장을 포기할 수 있을까. 무기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무기 판매의 명분인 ‘war game’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이 합리적이다.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정세 인식 필요
트럼프가 조미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인식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다. 신냉전 대결이 격화되는 국제 정세도, 핵투발수단을 고도화하는 조선의 현실도, 트럼프를 지배하는 ‘장사꾼’ 본성도 간과한 희망 사항일 뿐이다.
오바마가 그러했듯이, 바이든이 또한 그러했듯이 트럼프는 트럼프의 방식으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 대통령일 뿐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대결을 격화하면서 동맹 궁핍화 정책(beggar thy alliance) 즉 ‘동맹국 한국’의 주머니를 강탈하는 정책을 고도화할 것이다.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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