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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년만에 다시 찾은 북부조국 방문기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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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1-18 16:4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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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거주하는 강산 씨가 9월 3일부터 11일까지 25년 만에 북녘땅을 밟은 후 여행기를 써서 발표하였다. 북 바로 알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필자와의 협의 아래 그의 방북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국 
 

 

 

25 년만에 다시 찾은 북부조국 방문기 37

 

북에서 만난 재일동포 선생님들

 

호텔을 향하여 큰 길을 따라 걸어오는 동안 수많은 등교길의 학생들과 출근길의 직장인들을 만난다 내가 그들 가운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지만 모두가 사랑스런 우리 동포들이다. 인민들의 생동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길을 걸으면서도 메모장을 손에 들고 읽으면서 등교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저렇게 길을 가면서까지 공부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곳 북의 학생들은 걸으면서도 공부하는 것이다. 오늘 있을 시험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처럼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하여, 또한 인민과 나라를 위하여 학교에서 공부하는 기간 동안 열심을 다하는 것은 참 귀한 모습이다.

 

 

 

 

모두들 바쁜 걸음의 출근길 가운데 젊은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 사람의 표정에 행복이 철철 넘쳐흐른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일까? 저들은 매일 아침 저렇게 행복하게 함께 출근을 하는 것인가? 혹시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닐까? 아침 출근시간이 이렇게 즐겁고 하루 종일 일하는 시간도 행복하고, 또한 퇴근을 하여 밥상을 마주하면 더욱 행복하리라. 북부조국 인민들의 행복지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르긴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이나 돈 때문에 생기는 온갖 스트레스가 없는 곳인 것만은 틀림없으니 인민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 같다. 행복이 어디 현대문명을 많이 이용하고 온갖 소비재 물질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주어지는가? 그것 없어도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오손도손 서로 어울어져 사람답게 사는 것으로 인간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표정의 아침출근길의 부부. 사진을 찍으며 바라본 나도 참 흐뭇했다.

 

 

또 다른 남여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있어 연달아 사진을 찍었다. 첫번째 사진은 함께 걷는 여성에 대하여 무관심한 듯 남학생은 손에 든 노트에 집중하며 걷고 있었는데 이어진 사진에서 곁의 여성에게 아주 친근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포착되어 내 마음이 더욱 즐거워졌다. 북부조국의 남성들은 결혼하면 여성들로부터 우리보다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는 곳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상대 여성을 서로 존중하고 더욱 귀하게 여겨주며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이 마땅하다. 북의 여성들은 특히 대부분이 바른 의식을 갖고 강한 생활력을 지닌 귀한 인격자들이 아닌가? 저 두 커플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의 북부조국 남여 젊은이들의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즐겁다.

 

 

등교길에 데이트를 하는 듯한 남여 대학생의 모습

 

 

평양대극장 광장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아침체조를 하고 있다. 항일혁명 시기를 묘사한 대형벽화 바로 앞에서 줄지어 구령에 맞추어 맨손체조를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일본 조선대학교에서 온 재일동포 학생들이다. 우리가 도착하자 아침체조를 막 파하고 학생들은 호텔로 돌아가게 되어 두 교수들과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눈다. 안내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두 사람은 맹복실 조선어교육 조교수와 강진영 음악교육학 교수라고 소개한다. 재일동포들은 지난 수 년 동안 일본의 봉쇄정책으로 북을 방문할 수 없었는데 최근에야 다시 조국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미국과 남부조국의 북에 대한 정책의 변화에 따라 일본 또한 북과의 교류를 이렇게 차단하여 동포들이 서로 오갈 수조차 없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온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아침체조 모습

 

 

인상이 좋은 강진영 교수는 재일동포 2세였지만 남한의 지금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는데 나와 같은 말투에 진주 강씨라 고향을 물어보니 부친이 삼천포 출신이라고 했다. 나의 아버지 고향과도 가까운 곳이다. 우린 금방 친해졌는데 이렇게 북부조국에서 만난 동포끼리는 반가운 마음에 터놓고 서로 의형제를 맺는 것이 풍습이기도 해서 나이가 더 많은 나를 강진영 교수는 고맙게도 기꺼이 형님으로 불러준다.

 

왼편으로부터 안내원, 맹복실 교수, 필자, 강진영 교수

 

 

강 교수는 이곳에 친형이 귀국하여 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 형님은 일본에서 지구물리학을 전공하였는데 귀국하여 이곳 북부조국의 지진연구소 박사원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진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였다. 해외의 인재를 북부조국에서 이렇게 귀국하도록 하여 잘 대접해주고 조국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 참 보기에 좋다. 인재 개인으로서도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은 영광된 일이겠고, 북부 조국으로서도 좋은 일이 아니랴. 강진영 교수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놓고도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 아직까지 편지 한 통 보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침식사를 위하여 호텔식당으로 들어서니 아까 보았던 아침체조를 하던 그 학생들이 식사를 하다가 우리를 보고는 인사를 한다. 노 박사님이 젊은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다면서 사진을 찍어도 좋겠는가고 물어보니 모두들 예쁘게 포즈를 취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재일동포3세 혹은 4세가 되는데도 모두 우리말로 소통할 수 있어 너무도 사랑스럽다. 이들 모두가 다른 대학을 마다하고 조선대학교를 선택한 애국자들이고, 모국을 바로 알고 배우기 위해 이렇게 북부조국을 찾은 아름다운 우리들의 후세 젊은이들이다. 해외에서 통일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일하려면 우리말을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들은 우리말을 1세들처럼 잘 구사하니 참 다행이다. 북부조국을 방문하면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게 되고, 이미 통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재일동포 2세들에 이어서 이들 모두가 훌륭한 통일일꾼들이 되어지길 바란다. 조국이 통일이 되면 이들 또한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할까. 통일은 우리들만의 일이 아니고 이렇게 온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우리들의 후세의 일이기도 하다.

 

 

 

조선대학교를 다닌다는 것부터가 이들 재일동포 3세들은 애국자들이다. 통일운동에 모두 함께할 우리의 귀한 후세들이라 참으로 사랑스럽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저쪽 한 켠에서 아까 만났던 맹복실 교수가 다른 두 여성과 한 테이블에 앉은 것이 보여 그쪽으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맹복실 교수가 소개하기를 한 분은 류수옥 선생님인데 맹복실 교수의 옛 스승이라고 하였다. 지금은 총련에서 운영하는 ‘학우서방’이라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는데 한때 제자였던 맹교수로부터 이젠 배우는 관계라고 겸손을 보이신다.

 

 

왼편으로부터 맹복실 교수, 류수옥 선생, 장말려 선생, 노길남 박사

 

 

내가 바로 전날 저녁에 호텔의 휴게실에서 한성구 교수를 만났었다. 한 교수가 조선어 사전 편찬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 맹복실 교수와 류수옥 선생님이 한 팀이 되어 그 일을 함께 한다하니 우연히도 어제와 오늘 동안 그 사전을 편찬하는 분들을 모두 만나게 된 것이다. 새로 나올 조선어사전은 일본의 총련에서 주관하여 편찬한다는데 일본의 총련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선대학교를 지원하면서 이렇게 조선어사전까지 편찬한다하니 참으로 대단한 단체다. 2,500쪽에 달하는 새 사전은 동의어와 파생어에 관한 설명 등 남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일본어로 예문을 들어서 설명한다고 하니 재일동포들에게 꼭 필요한 조선어사전이 될 것 같다.

 

한성구 교수에 대해서는 어제 직접 대화를 나누며 대략 들었지만 맹 교수로부터 좀 더 자세하게 듣게 되었다. 한 교수는 조선대학교 문학력사학부 어문학과 조교로 조선어학, 조일대비언어학, 조선어교육학 전공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가운데 3년 전에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는 병에 걸려서 낙심하며 지내는 동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상하였다고 한다. 당시에 사귀고 있던 애인마저 떠나버렸다하니 그때의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는 동안 이곳 북부조국에서 그 소식을 듣고는 한 교수를 불러들여 온 의료진들이 정성들여 치료를 하여 이제 크게 회복되어 일상에 복귀한 것이다. 한 교수에게 북부조국은 정말 은혜의 나라이지 않을 수 없다.

 

 

북부조국에서 치료를 받고 크게 회복중이면서 조선어사전 편찬작업중인 한성구 교수

 

 

한편, 한 교수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그분의 손발이 되어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방문기 시작 무렵에 북부조국 여성들의 고귀한 결혼관에 대하여 쓴 적이 있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여성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한 교수의 제자 가운데 어떤 여성이 크게 실의에 빠져 있던 한 교수를 뒷바라지 하겠노라며 나섰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불구가 된 자신을 극진히 간호해준 그 여성과 작년에 결혼을 하였고 이제 더욱 재활의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보기 어려운 일이 북부조국 인민들과 재일동포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종종 일어나는 것을 내가 목격하고 그 아름다운 인민의 성품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맹복실 교수와 함께 한 또 다른 젊은 여성은 장말려 선생이라고 하였다.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살고 있으며 요꼬하마 시의 가와사키 조선중고급학교에서 영어교원으로 근무한다고 하였다. 장 선생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뜻밖에 재일동포로서는 드물게 캐나다로 영어어학연수를 왔다가 내가 사는 시애틀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곳 북부조국에서 내가 사는 곳을 방문한 재일동포를 만나니 타국에서 고향사람을 만난 것처럼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장말려 선생은 시애틀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면서 워싱턴주립대학과 (시애틀 시는 미 서북부 워싱턴 주에 있다) 시애틀 인근의 마운트 레이니어도 방문하였고 싱싱한 생선과 꽃들을 파는 재래시장인 퍼블릭마켓도 찾아보았다고 해서 더욱 친근감이 생겼다.

 

 

장말려 선생의 생일로 장식된 식탁. 꽃과 여러 음식들 가운데 특이한 맛의 야채만두도 보인다.

 

 

장말려 선생의 식탁에는 화사한 꽃과 여러가지 음식들이 있었고 맛난 야채만두가 있었는데 내게도 권해서 하나를 맛보니 참 오묘한 맛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은 바로 장말려 선생의 생일이어서 특별히 준비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아마 우리에게 생일임을 말해주었을텐데 내가 사진을 찍으며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여 생일축하도 해드리지 못하였다. 통일운동에도 관심이 많은 장말려 선생과는 이후에 인연이 있어 페이스북으로 소통하게 되었고 재일동포 사회와 2세 교육에 대하여 많은 것을 듣게 되었는데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회에서 계속하기로 하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5-01-18 16:51:37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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